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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릴라즈, 새 앨범 ' 더 마운틴' 발매 (자유로움, 인도 여행, 공존)

by oasis 2026. 3. 1.

가상 밴드 고릴라즈가 새 앨범을 발표했다.

 

지난번 제 블로그에서 소개했던 고릴라즈가 이번에 새앨범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저번 소식을 놓치신 분들을 위해 오늘 그들의 신보와 그들의 역사를 다시 알아봅시다! 가상의 밴드가 실제 음악계를 뒤흔들 수 있을까요? 고릴라즈는 그 질문에 20년 넘게 "그렇다"고 답해왔습니다. 2026년 2월 말 발표된 신작 'The Mountain'은 데이먼 알반과 제이미 휴렛이 인도를 여행하며 녹음한 앨범입니다. 15곡 전체에 인도 전통 악기 연주자들과 세계 각지의 뮤지션들이 참여했고, 심지어 고인이 된 아티스트들의 목소리까지 등장합니다.

저는 대학 시절 고릴라즈를 처음 만났습니다. 친구 하숙집에서 밤새 게임을 하던 중 누군가 틀어놓은 'Feel Good Inc.'가 모니터 불빛 아래에서 묘하게 울렸습니다. 그때부터였습니다.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음악을 한다는 설정이 신기했고, 장르를 가리지 않는 사운드가 낯설면서도 중독적이었습니다.

가상 밴드라는 설정이 만든 자유로움

고릴라즈는 실존 인물이 아닙니다. 보컬 겸 키보디스트 2D, 베이시스트 머독 니칼즈, 드러머 러셀 홉스, 기타리스트 누들, 이 네 명의 캐릭터는 제이미 휴렛이 그린 만화 속 인물들입니다. 하지만 각자 출생지와 생년월일, 성격과 과거사까지 갖춘 완전한 설정을 지니고 있습니다. 뮤직비디오와 인터뷰,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이들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져왔습니다.

실제 음악을 만드는 건 블러의 프런트맨 데이먼 알반입니다. 그는 고릴라즈를 통해 자신이 하고 싶었던 모든 실험을 펼쳤습니다. 록, 힙합, 일렉트로닉, 월드뮤직까지 장르의 경계를 허물었고, 매 앨범마다 새로운 협업자들을 불러들였습니다. 가상 밴드라는 형식 덕분에 데이먼 알반은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도 음악적 자유를 얻었습니다. 블러에서 하지 못했던 사운드, 브릿팝의 틀에 갇히지 않는 실험이 가능했던 겁니다.

저는 회사 동호회 MT에서 고릴라즈 플레이리스트를 틀어놓은 적이 있습니다. 노래방 대신 블루투스 스피커로 음악을 공유했는데, 신기하게도 세대가 다른 사람들 모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록을 좋아하는 선배도, 힙합을 듣는 후배도, 일렉트로닉을 즐기는 동료도 모두 고릴라즈 앞에서는 공통분모를 찾았습니다. 고릴라즈는 그런 밴드였습니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힘이 있었습니다.

이번 앨범 'The Mountain'도 마찬가지입니다. 인도 전통 악기인 반수리, 시타르, 사로드가 곡 전반에 깔려 있고, 그 위로 스파크스, 블랙 소트, 비자랩, 아이들스, 야신 베이, 조니 마 같은 살아있는 뮤지션들이 목소리를 더했습니다. 심지어 데니스 호퍼, 토니 앨런, 바비 워맥, 마크 E. 스미스처럼 이미 세상을 떠난 아티스트들의 음성까지 등장합니다. 이 모든 게 가능했던 건 고릴라즈가 "가상"이기 때문입니다. 현실의 제약 없이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 산 자와 죽은 자를 한 앨범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인도 여행이 음악에 남긴 흔적

데이먼 알반과 제이미 휴렛은 이번 앨범을 위해 인도를 여행하며 녹음했습니다. 델리, 뭄바이, 자이푸르, 암리차르, 바라나시, 리시케시 등 여러 도시를 거쳤고, 현지 뮤지션들과 직접 작업했습니다. 크레딧을 보면 Ajay Prasanna의 반수리 연주, Anoushka Shankar의 시타르 연주, Amaan과 Ayaan Ali Bangash 형제의 사로드 연주, Viraj Acharya의 타악기 연주가 곡마다 등장합니다. 산악 합창단인 'The Mountain Choir'도 여러 곡에 참여했습니다.

인도 음악의 영향은 앨범 전체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첫 트랙 'The Mountain'은 데니스 호퍼의 음성으로 시작해 반수리와 시타르가 어우러지고, 'Moon Cave'에서는 아샤 푸틀리와 바비 워맥의 목소리가 인도 전통 악기 위로 흐릅니다. 'Shadowlike Light'에는 인도 전설적인 가수 아샤 보슬레가 참여해 앨범에 깊이를 더했습니다. 서구 팝과 인도 클래식이 충돌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방식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고릴라즈가 'Demon Days' 이후 계속 어둡고 묵직한 분위기를 유지해왔다고 생각합니다. 'Plastic Beach'는 환경 파괴를, 'Humanz'는 디스토피아를, 'Cracker Island'는 종교 집단을 다뤘습니다. 이번 'The Mountain'도 제목에서부터 무게감이 느껴집니다. 산이라는 상징은 인도 여행의 배경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넘어야 할 거대한 무언가를 암시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앨범을 들으면서 저는 인도 여행의 흔적을 곳곳에서 발견했습니다. 악기 선택뿐 아니라 곡의 구조와 리듬에도 인도 음악의 영향이 묻어났습니다. 특히 'Manifesto'에서는 트루에노와 고인이 된 래퍼 프루프의 목소리가 타블라와 사로드 위로 흐르는데, 힙합과 인도 전통 음악이 이렇게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는 게 신기했습니다. 데이먼 알반은 인도를 단순히 "소재"로 쓰지 않았습니다. 그곳의 음악과 문화를 존중하며 협업했고, 그 결과가 앨범 전체에 스며들었습니다.

살아있는 자와 죽은 자가 공존하는 고릴라즈의 앨범

'The Mountain'의 가장 독특한 지점은 이미 세상을 떠난 뮤지션들의 목소리가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데니스 호퍼는 'The Mountain'에서, 바비 워맥은 'Moon Cave'에서, 토니 앨런은 'The Hardest Thing'에서, 프루프는 'Manifesto'에서, 마크 E. 스미스는 'Delirium'에서 각각 음성을 들려줍니다. 이들은 생전에 고릴라즈와 작업했거나 관계가 깊었던 인물들입니다.

일반적으로 고인이 된 아티스트의 음원을 사용하는 건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고릴라즈는 이미 그들과 함께 작업했던 기록을 바탕으로 음성을 사용했고, 크레딧에도 명확히 표기했습니다. 데이먼 알반은 과거부터 바비 워맥과 긴밀하게 작업해왔고, 실제로 워맥의 마지막 앨범을 프로듀싱하기도 했습니다. 토니 앨런과도 여러 프로젝트를 함께했습니다. 이번 앨범은 그들에게 바치는 헌사이기도 합니다.

저는 'Moon Cave'를 들으면서 바비 워맥의 목소리가 여전히 강렬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의 소울 넘치는 음성이 아샤 푸틀리, 데이브 졸리코어, 젤렌 응온다, 블랙 소트와 함께 어우러지는 장면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선 협업이었습니다. 'Delirium'에서 마크 E. 스미스의 음성이 흐를 때는 그가 생전에 보여줬던 독특한 보컬 스타일이 그대로 살아있었습니다. 고릴라즈는 그들을 단순히 "샘플링"한 게 아니라, 앨범의 일부로 존중하며 배치했습니다.

살아있는 협업자들도 화려합니다. 스파크스는 'The Happy Dictator'에서 독특한 신스팝 감각을 더했고, 아이들스는 'God Of Lies'에서 펑크 에너지를 폭발시켰습니다. 비자랩과 카라 잭슨이 참여한 'Orange County'는 라틴 리듬과 알앤비가 섞인 곡이었고, 조니 마는 'The Empty Dream Machine'과 'Plastic Specialist', 'Casablanca', 'Sweet Prince'에서 기타 연주를 맡았습니다. 조니 마의 기타는 고릴라즈 사운드에 록의 뼈대를 더해줬습니다.

저는 고릴라즈가 협업을 대하는 방식이 독특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유명 뮤지션을 불러모으는 게 아니라, 각자의 색깔이 곡 안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합니다. 'Damascus'에서는 오마르 술레이만의 중동 음악과 야신 베이의 랩이 충돌 없이 공존했고, 'Sad God'에서는 블랙 소트와 아누슈카 샹카르의 시타르가 묘한 조화를 이뤘습니다. 데이먼 알반은 자신의 음악적 비전 안에서 협업자들의 개성을 존중하는 법을 알고 있습니다.

고릴라즈는 21세기 팝의 초상입니다. 혼종성과 유연성, 그리고 시각적 상상력까지 결합된 멀티미디어 예술입니다. 'The Mountain'은 그 모든 특징이 집약된 앨범입니다. 인도 여행이 남긴 흔적, 산 자와 죽은 자의 공존, 장르를 넘나드는 협업, 이 모든 게 하나의 앨범 안에 담겼습니다.

저는 고릴라즈를 들을 때마다 "경계의 해체"를 떠올립니다. 현실과 가상,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 장르와 장르 사이의 경계를 고릴라즈는 끊임없이 허물어왔습니다. 이들은 고정된 정체성을 거부하고, 매번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그래서 늘 신선하고, 예측 불가능하며, 흥미롭습니다. 'The Mountain'은 그 여정의 또 다른 정점입니다.


참고: https://pitchfork.com/news/gorillaz-release-new-album-the-mountain-listen-and-read-the-full-credi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