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프트 펑크가 해체 5주년을 맞아 2005년 싱글 'Human After All'의 새로운 뮤직비디오를 공개했습니다. 2021년 2월 22일 감작스러운 해체 발표 이후, 저는 다프트 펑크의 이름으로 새로운 콘텐츠가 나올 거라곤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5년이 지난 지금, 그들의 이름이 다시 검색창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다만 이번 움직임은 복귀가 아니라 과거의 재조명에 가깝습니다. 영화 '일렉트로마'의 장면을 활용한 이번 영상은 사실상 아카이브 공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보입니다. 토마 방갈테르와 기마뉘엘 드 오멩 크리스토가 직접 참여한 새로운 작업이 아니라, 20년 전에 이미 촬영됐던 소재를 편집자 세드릭 에르베가 재구성한 결과물입니다.
다프트 펑크의 해체 후 행보
다프트 펑크는 2021년 해체 이후 직접적인 음악 활동은 중단했지만, 브랜드로서의 존재감은 오히려 강화되고 있습니다. 포트나이트와 로켓리그 같은 게임과의 콜라보레이션, 인터스텔라 5555의 4K 리마스터 극장 재개봉, 그리고 각종 굿즈 발매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움직임을 볼 때마다 묘한 감정을 느낍니다. 한편으론 반갑지만, 다른 한편으론 공허합니다.
해체 당시 소사이이어티 잡지에 실린 특별 기사에 따르면, 두 멤버는 서로 다른 예술적 관심사로 인해 헤어졌다고 합니다. 기마뉘엘은 2010년 이혼 후 심각한 우울증을 겪었고, 토마는 영화 음악에 더 큰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Random Access Memories의 성공 이후 느낀 부담감도 한몫했을 것입니다. 그래미 5관왕이라는 정점을 찍은 뒤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2013년 Get Lucky가 나왔을 때 라디오에서 하루 종일 그 곡만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엔 다프트 펑크가 영원히 활동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해체 발표 영상을 보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그들이 추구했던 건 영속성이 아니라 완결성이었다는 것을요. 두 사람은 한 명이 이끄는 밴드가 아니라 두 친구 사이의 케미에서 나오는 결과물이라고 늘 강조했습니다. 그래서 둘 중 하나가 빠진 다프트 펑크는 존재할 수 없었습니다.
현재 나오는 콘텐츠들은 대부분 소속사인 컬럼비아 레코드나 매니지먼트 차원에서 과거 유산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토마와 기마뉘엘이 직접 관여하는지는 불명확합니다. 팬들 사이에서는 이를 두고 '복귀 없는 복귀'라는 표현이 나오고 있습니다. 브랜드는 살아있지만 아티스트는 부재한 상황입니다. 저는 이런 현상이 아이러니하다고 봅니다. 다프트 펑크가 평생 추구했던 건 인간성과 기술의 조화였는데, 정작 그들이 떠난 뒤엔 인간미 없이 쏟아지는 콘텐츠만 남았으니까요.
Human After All에 대한 평가
이번에 공개된 Human After All 뮤직비디오는 2006년 SF 영화 '일렉트로마'의 장면들을 재편집한 것입니다. 영상 속에서 다프트 펑크는 사막을 가로지르는 차를 몰고 가다가 주택가를 지나갑니다. 화창한 날, 카페 테라스에서 식사하는 사람들, 예배당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커플, 놀이터 그네를 타는 아이들. 그런데 모두가 헬멧을 쓰고 있습니다. 이 장면은 다프트 펑크의 핵심 주제를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인간이 로봇처럼 보이는 세상, 혹은 로봇이 인간처럼 사는 세상.
사실 이 뮤직비디오는 2005년 3집 발매 당시 이미 촬영이 완료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앨범이 평론가들과 대중 모두에게 엇갈린 반응을 얻으면서 추가 싱글 발매 계획이 전면 취소됐습니다. Robot Rock, Technologic, Human After All 이후 예정됐던 Television Rules the Nation과 다른 곡들의 뮤직비디오도 함께 창고에 들어갔습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나 세상에 나온 것입니다.
저는 Human After All이라는 곡 제목이 지금 시점에 더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고 생각합니다. 2005년 당시엔 단순히 "우리도 결국 인간이다"라는 메시지로 읽혔습니다. 하지만 2026년 현재, AI가 음악을 작곡하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시대에 이 제목은 다른 무게를 갖습니다. 토마 방갈테르는 해체 이후 인터뷰에서 "인공지능이 예술적 창의성을 침범하는 것에 공포를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다프트 펑크의 컨셉은 '로봇이 만드는 인간의 음악'이었는데, 이제 정말로 로봇이 인간의 음악을 흉내내는 시대가 왔습니다.
흥미롭게도 이번 인터스텔라 5555 4K 리마스터링 작업에는 AI 알고리즘 기반 업스케일링 기술이 전면적으로 활용됐습니다. 다프트 펑크가 AI에 대해 경계심을 드러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그들의 대표작을 복원하는 데 AI의 힘을 빌렸다는 점에서 팬들은 혹평했습니다. 저 역시 이 부분에서 실망을 느꼈습니다. 그들이 추구했던 가치와 현재 브랜드 관리 방식 사이에 괴리가 있다고 봅니다.
일렉트로마
일렉트로마는 다프트 펑크가 직접 연출한 2006년 SF 영화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스토리보다 비주얼에 압도됐던 기억이 납니다. 대사가 거의 없고, 음악이 전부를 말합니다. 영화 속에서 다프트 펑크는 사막을 가로지르며 여정을 이어가는데, 후반부에 토마가 자폭하고 기마뉘엘이 석양을 향해 홀로 걸어가는 장면이 나옵니다. 2021년 해체 발표 영상이 바로 이 장면을 활용한 것입니다.
일렉트로마는 단순한 콘서트 필름이 아니라 하나의 완결된 서사를 가진 작품입니다. 영화 안에서 다프트 펑크는 헬멧을 벗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그 안에는 인간의 얼굴이 아니라 컴퓨터 메인보드처럼 복잡한 기판이 들어있습니다. 이는 그들의 정체성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무엇으로 정의되는가? 외모인가, 창작물인가, 아니면 그 사이 어딘가인가?
Random Access Memories 디럭스 에디션에 포함된 설계도 아트워크에 따르면, 토마의 헬멧 속에는 인간의 뇌가, 기마뉘엘의 헬멧 속에는 인간의 심장이 자리 잡고 있다고 합니다. 로봇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그 속에는 인간의 감정과 아날로그적 영혼이 담겨 있다는 설정입니다. 이는 다프트 펑크 후반기 커리어의 핵심 주제 의식을 관통합니다.
저는 일렉트로마를 볼 때마다 다프트 펑크가 왜 철저하게 익명성을 고집했는지 이해하게 됩니다. 그들은 스타 시스템을 거부했습니다. 창작물보다 창작자의 외모나 사생활이 더 부각되는 현실을 경계했습니다. 그래서 헬멧 뒤에 숨었고, 인터뷰를 최소화했으며, 무대 위에서도 철저히 페르소나를 유지했습니다. 이번 Human After All 뮤직비디오도 같은 맥락에서 읽힙니다. 화면 속 모든 사람이 헬멧을 쓰고 있는 장면은, 개인의 정체성이 지워진 채 집단의 일부가 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다프트 펑크는 해체했지만, 그들이 남긴 질문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성은 어디로 가는가? 우리는 기계에 가까워지는 것인가, 아니면 기계가 우리에게 가까워지는 것인가? Human After All이라는 제목은 이제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 질문처럼 들립니다.
다프트 펑크의 해체는 한 시대의 종말을 의미합니다. 그들은 전자음악을 메인스트림으로 끌어올렸고, 디스코를 부활시켰으며, 무엇보다 음악을 시각적·철학적 경험으로 확장시켰습니다. 저는 그들의 마지막 앨범 Random Access Memories를 들으며 느꼈습니다. 이건 단순한 음반이 아니라 유언 같다고. 실제로 그 이후 그들은 무대에 오르지 않았고, 결국 해체를 선택했습니다. 이번 Human After All 뮤직비디오 공개는 복귀 신호가 아니라 작별 인사의 연장선입니다. 팬으로서 아쉽지만, 그들이 남긴 음악과 철학은 여전히 현재형으로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다프트 펑크는 끝났지만, 그들이 던진 질문은 계속됩니다.
참고: https://pitchfork.com/news/daft-punk-share-new-video-for-human-after-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