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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킬러스, 도시의 신화를 노래하다. (축구 무대, 충돌, 집단적 감정)

by oasis 2026. 4. 2.

글래스톤베리에서 퍼포먼스하는 더 킬러스

콘서트장에서 좋아하는 밴드의 노래가 울려 퍼질 때, 그게 단순히 음악만은 아니라는 걸 느낀 적 있으신가요? 저는 대학 축제 때 더 킬러스의 곡이 나오면서 그 순간을 처음 경험했습니다. 모두가 따라 부르는데 각자 다른 기억을 떠올리고 있다는 게 보였거든요. 이번 5월 30일 부다페스트에서 열리는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킥오프 쇼에 더 킬러스가 헤드라이너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제 머릿속엔 그 축제 밤이 떠올랐습니다.

펩시가 후원하는 이번 무대는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축구와 음악이라는 두 거대한 문화를 하나로 묶는 순간이 될 예정입니다. 더 킬러스는 2004년 데뷔 이후 3500만 장이 넘는 앨범 판매를 기록한 밴드로, 현재 여덟 번째 앨범 작업 중이라고 합니다. 데이비드 베컴과 함께 촬영한 티저 영상에서 두 사람이 부다페스트를 향해 레이스를 벌이는 장면은, 이 무대가 얼마나 큰 기대를 받고 있는지 보여주는 상징처럼 느껴졌습니다.

더 킬러스가 축구 무대에 선 이유

더 킬러스를 축구 경기 킥오프 쇼에 세운다는 결정을 두고, 일부에선 "록 밴드가 축구와 무슨 상관인가"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저는 처음엔 조금 의외라고 느꼈습니다. 보통 이런 무대엔 팝스타나 일렉트로닉 음악 아티스트들이 서는 경우가 많았으니까요.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더 킬러스만큼 이 무대에 잘 어울리는 밴드도 드물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이 밴드의 음악은 기본적으로 서사를 만듭니다. Mr. Brightside 같은 곡을 들으면 단순히 멜로디가 좋다는 차원을 넘어서, 어떤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질투와 불안이 뒤섞인 감정이 과장되어 있지만, 그 과장이 오히려 현실보다 더 현실적으로 다가옵니다. 축구 경기도 마찬가지입니다. 90분이라는 시간 동안 펼쳐지는 드라마는 과장되어 있지만, 그 과장 속에 진짜 인간의 감정이 담겨 있죠.

제가 유럽 여행 중 런던에서 밤거리를 걸으며 Somebody Told Me를 들었을 때, 저는 현실 속 여행자가 아니라 어떤 이야기 속 인물이 된 기분을 느꼈습니다. 도시의 불빛과 지나가는 사람들, 그리고 그 안에 섞여 있는 저 자신. 그 순간 음악은 단순한 배경음악이 아니라 제 경험을 영화처럼 재구성해주는 장치였습니다. 더 킬러스는 평범한 순간을 극적으로 만드는 능력이 있습니다. 축구 경기 시작 전,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한 그 순간에 이런 음악이 흐른다면 어떨까요? 경기장 안팎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하나가 되는 순간이 만들어질 겁니다.

펩시가 이 밴드를 선택한 데는 브랜드 전략도 있을 겁니다. 펩시는 오래전부터 스포츠와 음악을 결합한 문화 마케팅을 해왔죠. 하지만 단순히 상업적 판단만으로 보기엔, 더 킬러스라는 선택이 너무 정확합니다. 이들의 음악은 라스베이거스적인 감성, 즉 네온사인과 밤의 도시, 그 속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욕망을 신화처럼 재구성합니다. 축구도 결국 인간의 욕망과 열정이 집약된 무대 아닙니까. 저는 이 조합이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라고 봅니다.

베컴과의 레이스, 그리고 문화의 충돌

더 킬러스의 보컬 브랜든 플라워스와 데이비드 베컴이 부다페스트로 향하는 레이스를 벌이는 티저 영상을 보셨나요? 저는 그 영상을 보면서 두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는 "이거 재미있는 연출이다"였고, 다른 하나는 "이게 단순한 홍보 영상 이상의 의미가 있구나"였습니다.

베컴은 축구계의 아이콘입니다. 그는 선수 시절 실력뿐 아니라 스타일과 이미지로도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이죠. 더 킬러스는 음악계에서 비슷한 위치에 있습니다. 이들은 2000년대 초반 등장해 록 음악의 대중성을 다시 증명했고, 지금까지도 전 세계 무대에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이 같은 목적지를 향해 달려간다는 설정은, 축구와 음악이라는 두 문화가 결국 같은 지점에서 만난다는 은유로 읽힙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베컴이라는 인물을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축구 팬이 아니었던 시절엔 그냥 유명한 사람 정도로만 인식했죠. 하지만 나중에 그가 어떻게 축구를 넘어서 문화 아이콘이 됐는지 알게 되면서, 그의 존재가 단순히 운동선수 이상이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더 킬러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의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는 그냥 좋은 록 밴드 정도로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들이 만드는 서사와 감정의 구조가 얼마나 정교한지 알게 됐습니다.

레이스라는 설정도 흥미롭습니다. 경쟁이 아니라 함께 달려가는 구조죠. 브랜든은 클래식 전기 블루 자동차를, 베컴은 모터싸이클을 탑니다. 서로 다른 방식이지만 같은 목표를 향합니다. 이건 축구와 음악이라는 두 문화가 각자의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는 메시지로 해석됩니다. 어떤 사람들은 축구에서 카타르시스를 얻고, 어떤 사람들은 음악에서 위로를 받습니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같은 감정을 공유합니다.

일부에서는 이런 티저 영상이 과한 연출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느꼈습니다. 하지만 더 킬러스의 음악 자체가 원래 과장된 서사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이 연출은 오히려 밴드의 정체성과 일치한다고 봅니다. 평범한 감정을 영화처럼 느끼게 만드는 게 이들의 강점이니까요.

축구와 음악이 만드는 집단적 감정

저는 대학 축제에서 밴드 동아리 공연을 볼 때마다 느꼈던 게 있습니다. 모두가 같은 노래를 듣지만, 각자 다른 기억을 떠올린다는 점이었습니다. 더 킬러스의 곡이 나오면 누군가는 실제 이별을 떠올렸을 거고, 누군가는 그냥 분위기에 취했을 겁니다. 저는 그 중간 어딘가에 있었죠. 감정은 있는데 경험은 부족한 상태. 그래서 이들의 음악은 항상 조금 앞선 감정을 미리 체험하게 해주는 느낌이었습니다.

축구 경기도 비슷합니다. 경기장에 모인 수만 명의 사람들은 같은 경기를 보지만, 각자 다른 이유로 그 자리에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어릴 적 아버지와 함께 본 경기를 떠올리고, 어떤 사람은 친구들과의 추억을 생각합니다. 하지만 골이 터지는 순간, 모두가 하나가 됩니다. 더 킬러스의 음악이 경기 시작 전에 울려 퍼진다면, 그 순간은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집단적 감정을 공유하는 의식이 될 겁니다.

펩시가 이런 무대를 만드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브랜드는 단순히 제품을 파는 게 아니라 경험을 팝니다. 사람들은 펩시를 마시며 축구를 보고, 음악을 듣습니다. 그 순간의 감정이 브랜드와 연결되죠. 상업적이라고 비판하는 시각도 있을 겁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무대가 만들어내는 감동을 경험하고 나면, 상업성과 예술성이 꼭 대립하는 건 아니라는 걸 알게 됩니다.

더 킬러스의 음악은 종교적 고해성사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느낀 적이 있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고, 반복해서 말하고, 결국 해소하려는 흐름. 브랜든 플라워스의 보컬은 전달이 아니라 고백에 가깝습니다. 축구 경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선수들은 경기장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드러냅니다. 이긴 팀은 환희를 감추지 않고, 진 팀은 절망을 숨기지 않습니다. 이 두 가지가 만나는 순간, 우리는 인간의 가장 날것의 감정을 목격하게 됩니다.

유튜브에서 더 킬러스의 공연 영상을 보면 항상 느끼는 게 있습니다. 관객들이 노래를 듣는 게 아니라 자기 이야기를 외치고 있다는 점입니다. Mr. Brightside를 따라 부르는 수만 명의 사람들은 각자 다른 질투와 불안을 품고 있지만, 그 순간만큼은 같은 감정으로 연결됩니다. 부다페스트 경기장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질 겁니다. 축구 팬들은 더 킬러스의 음악을 들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떠올리고, 음악 팬들은 축구라는 드라마에 빠져들 겁니다.

결국 이번 킥오프 쇼는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서로 다른 문화가 만나 새로운 경험을 만드는 실험입니다.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아직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시도 자체가 의미 있다고 봅니다. 우리는 점점 더 세분화된 문화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이런 무대는 우리가 여전히 같은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니까요.

5월 30일 부다페스트의 푸스카스 아레나. 저는 그날 경기장에 가지는 못하겠지만, TV로 그 순간을 지켜볼 생각입니다. 더 킬러스가 어떤 곡으로 무대를 시작할지, 관객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합니다. 분명한 건, 그날 밤 부다페스트는 축구와 음악이 하나가 되는 순간을 목격하게 될 거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순간은 경기장 안에 있는 사람들만의 것이 아니라, 전 세계 수백만 명이 함께 나누는 경험이 될 겁니다.

평범한 감정을 신화로 바꾸는 밴드, 더 킬러스. 인간의 열정이 집약된 무대,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이 둘의 만남이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낼지, 저는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습니다.


참고: https://www.issuetoday.co.kr/news/article.html?no=544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