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백넘버로 알아보는 한국의 일본 Pop 열풍 (일본 예능, 차트, 푸른 산호초)

by oasis 2026. 3. 19.

요즘 다시 한국에서 화제가 되는 백넘버

 

지난해 11월 말, 제 SNS 피드가 갑자기 한 일본 노래로 도배되기 시작했습니다. 성시경이 일본 예능에 나가서 부른 노래라는데, 처음엔 그냥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며칠 후 유튜브 뮤직 차트를 보니 10년 전 발표된 일본 노래가 국내 차트 상위권에 올라 있더군요. 바로 백넘버의 히로인이었습니다.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대학 시절 제가 그렇게 좋아하던 밴드의 노래가, 그것도 10년이나 지난 곡이 이렇게 한국에서 화제가 될 줄은 몰랐거든요.

성시경이 일본 예능에서 보여준 완벽한 한 곡

성시경이 출연한 프로그램은 일본에서 꽤 유명한 음악 예능이었습니다. 10곡 연속으로 후렴구를 완벽하게 불러야 하는데, 단 한 음만 틀려도 바로 탈락하는 빡빡한 룰을 가진 코너였죠. 저도 영상을 찾아봤는데, 성시경은 9곡까지 완벽하게 소화했고 그중 9번째 곡이 바로 히로인이었습니다.

직접 들어보니 왜 일본 사람들이 그렇게 반응했는지 알겠더군요. 성시경 특유의 미성과 안정적인 음색이 원곡의 서정적인 분위기와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졌습니다. 원곡 가수인 백넘버의 보컬 시미즈 이요리는 약간 거칠고 감정적인 톤인데, 성시경은 그것을 더 깔끔하면서도 감성적으로 풀어냈습니다.

방송 직후 일본 SNS에서는 성시경 이름이 실시간 트렌드에 올랐고, "이 가수 누구냐", "목소리 미쳤다" 같은 반응이 쏟아졌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유튜브와 쇼츠를 통해 해당 영상이 퍼지면서 조회수가 수백만 회를 넘어섰고, 자연스럽게 원곡에 대한 관심도 폭발했습니다.

저는 대학 시절부터 백넘버를 좋아했던 사람이라 이 현상이 무척 신기했습니다. 그때는 제 주변에 일본 음악 듣는 친구가 별로 없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제 동생까지 히로인을 흥얼거리고 있으니, 정말 시대가 변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0년 만에 차트 상위권 오른 백넘버 겨울 노래의 힘

히로인은 2015년 1월에 발표된 곡입니다. 벌써 10년도 더 된 노래죠. 이 노래가 지난 1월 첫째 주 국내 유튜브 뮤직 주간 인기곡 9위에 올랐습니다. 한국에서 10년 전 외국 노래가 한 자릿수 순위를 차지하는 건 정말 드문 일이라고 합니다.

이 노래는 일본에서 겨울만 되면 역주행하는 국민 겨울 노래로 유명합니다. 가사를 보면 눈 내리는 겨울 풍경을 배경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내용인데, 멜로디가 정말 서정적입니다. 제가 대학 1학년 때 처음 이 노래를 들었을 때도 겨울이었습니다. 친구가 카페에서 틀어준 건 다른 곡이었지만, 그 후로 백넘버를 찾아 듣다 보니 히로인도 자연스럽게 알게 됐죠.

당시 저는 이 노래를 들으면서 '현실적인 노래'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화려하거나 극적인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의 일상적인 감정을 담고 있었거든요. 좋아하는 사람 곁에 있고 싶은 마음, 그 사람이 웃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 같은 것들이 가사 속에 녹아 있었습니다.

성시경의 출연 이후 이 노래는 국내 차트에서 12월 첫째 주 97위로 진입했다가, 단 한 주 만에 10위까지 올라갔습니다. 87계단을 뛰어오른 셈이죠. 일본에서도 방송 직후 차트 7위에 오르며 한 달 넘게 상위권을 유지했다고 합니다.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10년 전 노래가 역주행한 겁니다.

제 주변에서도 변화가 느껴졌습니다. 회사 동료 중 한 명은 "히로인 듣다가 백넘버 다른 노래도 찾아 듣고 있다"고 말하더군요. 저는 속으로 '드디어 백넘버의 시대가 왔구나' 싶었습니다. 사실 이 밴드는 일본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마니아층만 아는 정도였거든요. 그런데 이번 일을 계기로 대중적인 인지도가 확 올라간 것 같습니다.

하니의 푸른 산호초가 열어준 새로운 흐름

사실 이런 흐름의 시작은 뉴진스 하니였습니다. 작년 6월 뉴진스 도쿄돔 공연에서 하니가 1980년대 일본 국민 아이돌 마쓰다 세이코의 푸른 산호초를 불렀고, 이게 한일 양국에서 엄청난 화제가 됐습니다. 일본에서는 '뉴진스 오지상'이라는 40대 이상 팬덤까지 생겼다고 하더군요.

저는 솔직히 마쓰다 세이코를 잘 몰랐습니다. 1980년대 가수니까요. 그런데 하니가 부른 푸른 산호초를 들어보니 묘한 매력이 있었습니다. 시티팝 특유의 세련되고 경쾌한 분위기가 요즘 감성과도 잘 맞아떨어지더군요. 그 이후로 저도 1980년대 일본 음악을 조금씩 찾아 듣기 시작했습니다.

마쓰다 세이코는 이를 계기로 데뷔 46년 만에 처음으로 내한공연을 한다고 합니다. 2월에 인천에서 공연이 잡혀 있다더군요. 제 후배 중에는 티켓을 구했다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80년대 가수의 2025년 한국 공연이라니, 정말 흥미로운 일입니다.

최근에는 방송인 기안84와 강남이 부른 'Stay with me'도 유튜브에서 400만 회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이 노래도 1979년에 나온 곡이라고 하더군요. 이렇게 보면 한국 연예인이 일본 노래를 부르면서 원곡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 그것이 음원 차트 역주행으로 이어지는 패턴이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이런 현상을 보면서 저는 한일 간 문화 교류가 예전보다 훨씬 자연스러워졌다는 걸 느낍니다. 예전 같으면 일본 음악 듣는다고 하면 좀 마니아 취급 받았는데, 이제는 그냥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입니다. 실제로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일본에 대한 호감도가 10년 전보다 두 배 가까이 올랐다고 하더군요.

백넘버 음악은 거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 일상적인 감정의 순간들을 섬세하게 포착합니다. 사랑의 설렘, 이별의 아쉬움, 지나간 기억에 대한 후회 같은 것들이 노래 속에 담겨 있죠. 이런 감성이 한국 사람들에게도 충분히 공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게 이번에 증명된 것 같습니다.

10년 전 일본 노래가 성시경이라는 한국 가수를 통해 다시 빛을 보고, 한일 양국에서 동시에 사랑받는 모습을 보면서 음악의 힘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좋은 노래는 시간과 국경을 넘어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문화적 거리도 자연스럽게 좁혀진다는 것을 말이죠. 앞으로도 이런 흐름이 계속 이어져서 더 많은 좋은 음악이 국경 없이 공유되면 좋겠습니다. 저처럼 대학 시절부터 백넘버를 좋아했던 사람으로서는, 이제야 주변 사람들과 이 밴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돼서 개인적으로 무척 기쁩니다.


참고: https://www.chosun.com/national/weekend/2026/01/17/TVKTG2SV5REJDNXMXT2KW6WGV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