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니 타일러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던 순간을 저는 아직도 기억합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그 거칠고 갈라진 음색은 제가 그때까지 들어왔던 어떤 가수와도 달랐습니다. 솔직히 처음엔 '이게 노래야?' 싶을 정도로 낯설었습니다.
하지만 그 불완전함이 묘하게 마음에 남았습니다. 완벽하게 다듬어진 목소리가 아니라, 감정이 터져 나오는 듯한 그 날것의 소리가 오히려 진짜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Total Eclipse of the Heart는 단순한 발라드가 아니라 하나의 드라마였고, 그녀의 목소리는 그 드라마를 살아있게 만드는 유일한 악기였습니다.
성대 수술 후 탄생한 독특한 음색
보니 타일러의 트레이드마크인 허스키한 목소리는 사실 의도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1976년 첫 싱글로 좋은 반응을 얻은 그녀는 성대 결절 제거 수술을 받게 되었는데, 문제는 그 이후였습니다. 충분한 회복 기간을 갖지 못한 채 다시 노래를 시작하면서 원래도 약간 허스키했던 목소리가 완전히 변해버린 것입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수에게 목소리는 생명인데, 그 목소리가 '망가진' 것이 오히려 그녀를 스타로 만들었다니 말입니다. 하지만 직접 그녀의 노래를 따라 부르며 깨달았습니다. 이건 망가진 게 아니라 변화한 것이고, 그 변화가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음악 평론가들은 그녀의 변화한 목소리를 '또 하나의 악기'라고 표현했습니다. 실제로 1977년 새로운 목소리로 발표한 곡은 초창기 대표곡이 되었고, 그녀만의 독특한 음색은 80년대 파워 발라드 시대에 완벽하게 맞아떨어졌습니다. 다만 이후 컨트리 포크 스타일을 고수했던 앨범들이 연이어 실패하면서 그녀는 새로운 전환점이 필요했습니다.
CBS와 새 계약을 맺은 보니 타일러가 요청한 작곡가는 바로 짐 스타인먼이었습니다. 미트 로프에게 Bat Out of Hell을 만들어준, 그 사람이었습니다. 당시 미트 로프와 사이가 틀어진 짐 스타인먼 역시 자신의 음악을 표현할 새로운 목소리를 찾고 있었고, 두 사람의 필요가 만나 역사적인 히트곡이 탄생했습니다.
뱀파이어의 사랑을 노래한 파워 발라드, 보니 타일러
Total Eclipse of the Heart를 처음 들으면 대부분 이별한 연인을 그리워하는 노래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이 곡의 실제 주제는 남녀 간의 사랑이 아니라 뱀파이어의 사랑입니다. 이 사실을 알고 나서 다시 들으니 가사가 전혀 다르게 들렸습니다.
짐 스타인먼은 1980년대 초반 1921년 영화 노스페라투를 뮤지컬로 만드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습니다. 비록 무대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그 아이디어는 보니 타일러를 만나면서 새로운 형태로 태어났습니다. 브램 스토커의 소설 드라큘라를 원형으로 한 이 작품에서 그가 주목한 것은 금기된 욕망과의 혼놀림이었습니다.
노래 속 '내 마음의 일식'이라는 표현은 단순한 어둠이 아니라 억눌린 욕망의 상징입니다. 사회적으로 금기시된 감정이 빛을 잃고 어둠 속에 갇혀 있는 심리 상태를 뜻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 해석을 알고 나서 곡의 극적인 구성이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왜 이렇게까지 절규하듯 불러야 했는지, 왜 이토록 드라마틱해야 했는지 말입니다.
이 곡은 발표와 동시에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등 여러 나라에서 1위를 차지했고, 빌보드 차트에서만 4주 연속 1위를 기록했습니다. 누적 판매량 600만 장이라는 기록은 보니 타일러를 80년대 파워 발라드의 아이콘으로 만들어주었습니다. 흥미로운 건 같은 시기 짐 스타인먼이 에어 서플라이에게 준 Making Love Out of Nothing at All과 빌보드 차트에서 1위와 2위를 동시에 차지했다는 점입니다.
뮤직비디오에 숨겨진 또 다른 코드
이탈리아의 유서 깊은 정신병원 건물에서 촬영된 뮤직비디오는 그 자체로 하나의 해석 텍스트입니다. 남학생 기숙사로 묘사된 공간에서 보니 타일러는 사감 선생님 역할로 등장하는데, 엔딩을 제외하면 모두 주인공의 꿈속 장면입니다. 저는 이 비디오를 처음 봤을 때 왜 이렇게 불편하고 기묘한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문이 하나씩 열리면서 등장하는 남학생들의 모습은 예사롭지 않습니다. 빛나는 눈, 헐벗은 상체, 특정한 포즈들. 이 모든 장면이 단순한 러브스토리라면 필요 없는 요소들입니다. 여기서 드러나는 것은 교사와 학생이라는 금기된 관계에 대한 욕망입니다. 물론 이것이 실제 사건을 다룬 것은 아니고, 사회적으로 금기시된 여러 욕망 중 하나를 선택해서 시각화한 것입니다.
뮤직비디오 감독 러셀 멀케이는 여기에 자신만의 코드를 하나 더 숨겨놓았습니다. 바로 동성애적 요소입니다. 동성애자였던 그는 영상 곳곳에 자신의 정체성을 몰래 이식시켰습니다. 학생들의 의상과 포즈, 특정 장면의 분위기는 당시 게이 문화를 아는 사람들에게는 명확한 신호였지만, 대중은 잘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저는 이 사실을 알고 나서 뮤직비디오를 다시 봤습니다. 그러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감독이 얼마나 조심스럽게, 그러면서도 확실하게 자신의 메시지를 숨겨놨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같은 해 감독이 만든 벨트 존의 비디오는 훨씬 더 노골적이었지만, 보니 타일러의 경우는 대중적 히트곡이었기에 더 은밀하게 처리했던 것입니다.
결국 이 한 곡에는 세 사람의 욕망이 담겨 있습니다. 부진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보니 타일러의 열망, 완성되지 못한 뮤지컬을 다른 형태로 표현하고 싶었던 짐 스타인먼의 욕구,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을 영상에 새겨넣고 싶었던 러셀 멀케이의 바람. 이 세 가지가 만나 하나의 걸작이 탄생했습니다.
지금 들어도 이 노래는 여전히 강렬합니다. 저는 힘든 날이면 여전히 이 곡을 크게 틀어놓고 따라 부릅니다. 완벽하지 않은 목소리로 절규하듯 부르다 보면, 제 안의 억눌렸던 감정들도 함께 터져 나오는 것 같습니다. 보니 타일러가 저에게 가르쳐준 것은 간단합니다. 감정은 정제될 필요가 없고, 불완전함이 때로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