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적으로 비틀즈 하면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만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랬습니다. 중학교 때 영어 교과서에서 비틀즈를 배우면서도 조지 해리슨이라는 이름은 그냥 '네 번째 멤버' 정도로만 인식했거든요. 그런데 직접 그의 음악을 들어보니 완전히 다른 세계가 펼쳐졌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시험기간 어느 밤,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Here Comes the Sun을 듣고 처음으로 '이런 음악도 있구나' 싶었습니다. 기타 소리가 마치 아침 햇살처럼 따뜻했습니다. 그때부터 조지 해리슨이라는 음악가에게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Something으로 증명한 조지 해리슨의 작곡 실력
조지 해리슨이 만든 Something은 비틀즈의 마지막 정규 레코딩 앨범인 애비로드에 수록된 곡입니다. 이 곡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그를 존 레논이나 폴 매카트니보다 작곡 능력이 떨어지는 기타리스트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프로듀서였던 조지 마틴조차 그런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제가 대학교 동아리방에서 처음 이 곡을 제대로 들었을 때, 왜 프랭크 시나트라가 이걸 팝 역사상 최고의 러브송이라고 극찬했는지 이해가 됐습니다. 멜로디 라인 자체가 너무 자연스러웠습니다. 억지로 만든 느낌이 전혀 없었습니다.
Something은 원래 화이트 앨범 세션 당시 처음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당시에는 뭔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조지 해리슨은 이 곡을 계속 보완했고, 결국 애비로드 앨범에서 완성된 형태로 선보였습니다. 그 결과 비틀즈 곡 중 Yesterday 다음으로 많이 리메이크된 명곡이 되었습니다.
이 곡은 조지 해리슨의 당시 부인이었던 패티 보이드에게 바치는 노래로 알려져 있습니다. 패티 보이드 본인도 나중에 인터뷰에서 이 곡이 자신을 위해 만들어진 것을 알고 너무 기뻤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조지 해리슨은 후에 이 곡이 단순히 패티 보이드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신에 대한 여러 감정이 섞인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이 곡의 첫 소절인 'Something in the Way She Moves'는 제임스 테일러의 동명 곡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조지 해리슨이 제임스 테일러의 곡을 듣고 느낀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을 담아내고 싶었다는 겁니다. 저는 이런 부분이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한 곡 안에 연인에 대한 사랑, 영적인 탐구, 그리고 동료 음악가에 대한 존경이 모두 녹아있다니 말입니다.
비틀즈 시절 가려졌던 재능
일반적으로 비틀즈 시절 조지 해리슨은 조용한 철학자, 기타 에이스로만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그는 비틀즈에 인도 전통 악기인 시타르를 도입하면서 월드 뮤직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하지만 작곡가로서의 능력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받았던 게 사실입니다.
제 생각엔 이건 비틀즈라는 밴드 안에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라는 두 명의 천재 작곡가가 있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가졌어도 그 두 사람의 그늘에 가려질 수밖에 없었던 거죠. 실제로 비틀즈 초기 앨범들을 들어보면 조지 해리슨의 곡은 앨범당 한두 곡 정도밖에 수록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특히 후기로 갈수록 조지 해리슨의 곡들이 점점 더 좋아졌습니다. Here Comes the Sun, While My Guitar Gently Weeps 같은 곡들은 비틀즈의 다른 어떤 곡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 명곡입니다.
저는 대학 시절 친구들과 음악 이야기를 하다가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조지 해리슨은 조용한 사람이지만 음악은 제일 철학적이다." 그 말이 정말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음악에는 다른 멤버들과는 확실히 다른 깊이가 있었습니다. 단순히 사랑 노래나 청춘의 에너지를 담은 게 아니라 삶과 죽음, 영혼에 대한 성찰이 담겨 있었습니다.
프로듀서 조지 마틴도 Something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조지 해리슨의 진짜 능력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드디어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작곡가로 성장했다는 걸 인정한 거죠. 폴 사이먼이나 엘튼 존 같은 동시대 아티스트들도 이 곡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고 합니다.
솔로 활동으로 펼친 진짜 실력
비틀즈가 해체된 후 조지 해리슨은 솔로 앨범 All Things Must Pass를 발표했습니다. 저는 이 앨범을 처음 들었을 때 충격을 받았습니다. '비틀즈의 멤버'라는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던진 음악이었거든요. 트리플 앨범이라는 방대한 분량도 놀라웠지만, 그보다 더 놀라웠던 건 음악의 깊이였습니다.
이 앨범에는 비틀즈 시절 발표하지 못했던 곡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사실 조지 해리슨은 비틀즈 시절에도 좋은 곡을 많이 썼지만 앨범에 실릴 기회가 많지 않았습니다.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의 곡들이 먼저 선택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밀려났던 거죠.
일반적으로 밴드 해체 후 솔로 활동이 성공하기 어렵다고 알려져 있지만, 조지 해리슨의 경우는 달랐습니다. 오히려 솔로로 더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All Things Must Pass는 영미 차트 1위를 차지했고, 수록곡인 My Sweet Lord는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올랐습니다.
제가 지금 직장을 다니면서 가끔 퇴근 후 지하철에서 그의 음악을 들을 때가 있습니다. 특히 야근하고 지쳐서 집에 돌아가는 길에 Here Comes the Sun이나 My Sweet Lord를 들으면 묘하게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예전에는 음악을 흥분하거나 즐기기 위해 들었다면, 이제는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듣는 음악이 된 것 같습니다.
조지 해리슨의 70년대 솔로 곡들은 정말 좋은 곡들이 많습니다. 비틀즈 시절보다 훨씬 더 자유롭게 자신의 음악 세계를 펼쳤습니다. 영적인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루면서도 대중성을 잃지 않았습니다. 이건 정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의 솔로 앨범들을 들어보면 비틀즈 시절에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시도들이 눈에 띕니다. 인도 음악과 서양 록의 결합은 더욱 정교해졌고, 가사는 더욱 철학적이고 영적인 깊이를 더했습니다. 저는 이런 변화가 조지 해리슨이라는 음악가의 진짜 모습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조지 해리슨의 음악을 듣다 보면 다른 록 스타들과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많은 록 음악이 에너지와 반항을 강조하는 반면, 그의 음악은 내면과 성찰에 더 가까운 방향을 향합니다. 그는 음악을 통해 자신의 삶과 세계에 대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래서 그의 음악은 단순히 듣는 음악이 아니라, 때로는 생각하게 만드는 음악입니다.
조지 해리슨은 제 인생에서 항상 화려하게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이상하게 중요한 순간마다 조용히 나타나는 음악가입니다. 중학교 때 처음 이름을 들었고, 고등학교 때 Here Comes the Sun으로 깊은 인상을 받았으며, 대학 때 All Things Must Pass로 완전히 빠져들었습니다. 지금도 힘든 날이면 그의 음악을 찾게 됩니다.
결국 조지 해리슨은 '조용한 비틀'이 아니라 비틀즈를 넘어선 위대한 음악가였습니다. Something과 Here Comes the Sun 같은 곡들은 음악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노래들로 기억될 것입니다. 만약 아직 그의 솔로 앨범을 들어보지 않으셨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특히 피곤하고 지친 날, 조지 해리슨의 음악은 당신에게 조용한 위로가 되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