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척 베리, 로큰롤의 창시자 (설계도, 카리스마)

by oasis 2026. 2. 23.

척 베리와 그의 시그니처 연주 동작

 

로큰롤을 만든 사람이 누구냐고 물으면, 대부분 엘비스 프레슬리를 떠올립니다. 그런데 정작 엘비스가 공연 레퍼토리에 넣었던 곡을 만든 사람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척 베리입니다. 저는 기타를 배우면서 처음 이 사실을 알았고, Johnny B. Goode의 인트로를 듣는 순간 "아, 이게 진짜 원조구나" 싶었습니다. 집에 가는 길에 이어폰으로 다시 들으며 걸었는데, 발걸음이 괜히 빨라지더군요.

기타 리프 하나로 록의 설계도를 그린 척 베

척 베리 이전에도 리듬 앤 블루스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기타를 들고 등장한 순간부터 로큰롤은 명확한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1955년 발표한 데뷔 싱글 Maybellene은 컨트리 음악에 블루스와 스윙 리듬을 섞은 곡이었는데, 곡 중간에 나오는 24마디 기타 솔로가 당시로서는 획기적이었습니다. 백인 십대들과 남부 컨트리 음악가들까지 열광했고, 엘비스 프레슬리조차 이 곡을 자신의 공연에 추가했습니다.

저는 기타 레슨 선생님이 틀어준 Johnny B. Goode를 듣고 나서야 이 곡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습니다. 그 인트로 리프는 기술적으로 복잡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단순합니다. 하지만 그 단순함이 엄청난 추진력을 만들어냅니다. 12마디 블루스 구조 위에 얹힌 날렵한 리프는 이후 수많은 기타리스트들에게 교과서가 되었습니다. 비틀즈와 롤링 스톤즈가 그의 곡들을 커버했고, 특히 롤링 스톤즈의 초기 앨범은 척 베리의 노래를 모아놓은 것처럼 보일 정도였습니다.

그의 음악에는 자동차, 학교, 춤, 첫사랑 같은 10대의 일상이 담겨 있었습니다. Roll Over Beethoven, School Day, Sweet Little Sixteen 같은 곡들은 청춘을 전면에 세운 첫 번째 로큰롤 선언이었습니다. 그 이전의 음악이 어른들의 이야기였다면, 척 베리는 십대들에게 "너희가 바로 새로운 시대다"라고 말한 셈입니다. 솔직히 이 점이 제게는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음악이 세대의 목소리가 될 수 있다는 걸 그가 처음 보여줬으니까요.

덕워크와 무대 위 카리스마로 록 스타의 원형을 만들다

척 베리의 영향력은 음악에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무대 위에서 보여준 덕워크(duck walk) 퍼포먼스는 단순한 쇼맨십이 아니라, 록 스타라는 개념을 시각적으로 완성한 장면이었습니다. 저도 공연 영상을 보고 집에서 따라 해봤는데, 다리만 아프고 제대로 되지 않더군요. 하지만 그 동작 하나가 왜 전설이 되었는지는 이해했습니다. 기타를 치면서 오리걸음으로 무대를 가로지르는 모습은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이후 수많은 록 스타들이 무대 퍼포먼스의 중요성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1960년대 초, 척 베리는 법적 문제로 수감되었습니다. 그가 없는 동안 로큰롤의 상업적 인기는 시들해졌습니다. 하지만 영국 십대들이 그의 음악을 발견했고, 비틀즈와 롤링 스톤즈가 로큰롤을 부활시키며 그의 곡들을 다시 히트시켰습니다. 출소 후 그는 Nadine, No Particular Place to Go, You Never Can Tell 같은 곡들을 연달아 발표하며 다시 한번 정상에 올랐습니다. 1972년에는 My Ding-A-Ling으로 그의 생애 유일한 1위 히트곡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말년에는 고향인 세인트루이스의 블루베리 힐 바에서 정기적으로 공연했고, 2016년 90번째 생일에 수십 년 만에 새 앨범 발매를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2017년 3월 세상을 떠났고, 앨범 Chuck은 그가 떠난 후 발매되었습니다. 제가 요즘 기타 칠 때 괜히 블루스 리프를 넣어보는 것도 다 그의 영향입니다. 척 베리를 들으면 록의 역사 한 페이지를 직접 만지는 기분이 듭니다.

록이 불꽃이라면, 척 베리는 그 불꽃에 처음으로 성냥을 그은 인물입니다. 그의 삶에는 논란도 있었지만, 음악사적 영향력만큼은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존 레논이 말했듯이, 로큰롤에 다른 이름을 붙인다면 아마 척 베리라고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그의 음악을 한 번쯤 제대로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단순한 옛날 음악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듣는 모든 록의 시작점이 거기 있으니까요.


참고: https://www.allmusic.com/artist/chuck-berry-mn0000120521#bi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