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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츠아이, 다국적으로 뭉친 아이돌 (글로벌 전략, 흥행방정식, 본연의 정체성)

by oasis 2026. 4. 20.

다양한 국적으로 뭉친 캣츠아이

 

K-POP 그룹인데 K-POP 같지 않다면, 그게 단점일까요? 저는 캣츠아이(KATSEYE)를 처음 봤을 때 딱 그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상하게도 그 '애매함'이 오히려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고요.

코첼라 무대 직후 신곡 '핑키 업(PINKY UP)'이 스포티파이 미국 차트 톱10에 진입했습니다. 데뷔한 지 604일 만입니다. 보통 아이돌 팬이라면 "역시 하이브"로 끝낼 수 있는 이야기인데, 저는 이게 단순한 기획사 파워로만 읽히지 않았습니다. 캣츠아이가 지난 한 해 동안 만들어온 방식, 그 흥행 공식이 코첼라에서 또 한 번 정확하게 작동했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캣츠아이의 코첼라 성과를 추적하면서, 동시에 "이 팀을 어떻게 봐야 하나"라는 질문을 함께 풀어보려 합니다. 막연하게 "글로벌 그룹이다"라는 말로는 설명이 안 되는 부분들이 있거든요.

글로벌 전략

캣츠아이를 처음 접한 건 The Debut: Dream Academy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서였습니다. 솔직히 처음엔 그냥 또 다른 서바이벌이겠지 싶었는데, 보다 보니 뭔가 달랐습니다. 경쟁 구조 자체는 비슷하지만, 심사 기준이나 연출의 결이 한국 오디션보다 훨씬 서구 시장을 향해 있었습니다. 시청자로서 그걸 느끼는 순간, "이건 한국에서 성공하려고 만든 팀이 아니구나"라는 감각이 왔습니다.

하이브와 게펜이 함께 기획한 팀이라는 게 여기서 드러납니다. 게펜은 미국 주류 음악 시장에서 오랫동안 쌓아온 레이블이고, 하이브는 K-POP 기반의 퍼포먼스와 팬덤 운영 노하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두 가지가 결합됐다는 건 단순히 소속사가 두 개라는 뜻이 아닙니다. 시장 접근 방식 자체가 처음부터 이중 구조로 설계됐다는 뜻입니다.

대학 시절에 해외 교환학생 친구들과 음악 얘기를 자주 했는데, 그때 느꼈던 게 있습니다. K-POP은 분명히 글로벌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한국 것'으로 먼저 분류한다는 점이었습니다. BTS를 좋아하는 친구도 "K-POP 좋아해"가 아니라 "한국 음악 좋아해"라고 표현했습니다. 캣츠아이는 그 분류 자체를 흐릿하게 만드는 팀처럼 보였습니다. 특정 나라의 음악이 아니라, 여러 문화가 섞여서 만들어진 결과물에 가깝달까요.

빌보드가 코첼라 데뷔 무대를 "인상적인 순간들로 가득했다"고 평가했고, 포브스는 세계 각지의 문화를 대표하는 그룹이라고 썼습니다. 두 매체 모두 이 팀을 특정 장르나 국가로 규정하지 않고 '글로벌'이라는 단어를 먼저 꺼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게 그냥 홍보 문구가 아니라 실제로 외신이 느낀 것이라는 게 흥미로웠고요.

직장에 다니면서 콘텐츠 시장을 보는 시각이 조금 달라졌는데, 지금은 캣츠아이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듭니다. 요즘 콘텐츠는 국경이 거의 의미가 없어지고 있습니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한국 영상을 브라질 사람에게도 추천하고, 스포티파이는 미국 차트에 한국어 노래가 진입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시대입니다. 그 환경에서 캣츠아이는 단순한 아이돌 그룹이 아니라, 이 변화한 시장에 맞게 처음부터 설계된 콘텐츠 전략의 결과물처럼 보입니다.

흥행방정식

코첼라 무대 이후 '핑키 업'이 차트에서 급등한 것이 우연처럼 보이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다. 지난해 캣츠아이는 '가브리엘라'와 '날리'로 연속 히트를 만들어냈는데, 이 두 곡이 성공한 방식이 코첼라와 구조적으로 같습니다. 압도적인 무대 퍼포먼스로 반응을 먼저 만들고, 그 반응이 디지털 플랫폼으로 번지면서 차트 순위를 끌어올리는 흐름입니다.

'핑키 업'의 경우 코첼라 무대에서 쓴 포인트 안무가 핵심이었습니다. 새끼손가락으로 뿔 모양을 만드는 동작 하나인데, 이게 SNS에서 빠르게 퍼졌습니다. 이런 안무 하나를 보면서 저는 이 팀이 퍼포먼스를 단순한 무대 기술로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느꼈습니다. 따라 하기 쉬운 동작, 짧게 잘려도 전달되는 임팩트, 이게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숏츠 시대에 맞는 설계입니다. 이 팀이 어디서 어떻게 소비될지를 먼저 계산하고 안무를 만들었다는 인상이 들었습니다.

퍼포먼스 이야기를 더 해보면, 저는 각 멤버의 개성이 강하면서도 전체 균형이 흔들리지 않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보통 다국적 그룹은 멤버마다 스타일이 달라서 무대에서 따로 노는 느낌이 날 수도 있는데, 캣츠아이는 그렇지 않습니다.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의 팀으로 맞춰진 결과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건 단순히 연습을 많이 했다는 것 이상의 무언가입니다. 훈련 과정 자체가 팀으로 묶이는 경험으로 설계됐을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코첼라 무대에서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이재, 오드리 누나, 레이 아미와 컬래버 무대도 선보였습니다. '골든'이라는 곡을 함께 했는데, 이 무대 역시 관객 시점의 다양한 숏츠로 제작돼 각 플랫폼에 배포됐습니다. 무대 자체가 콘텐츠의 시작점이 되는 방식입니다. 공연을 보고 끝나는 게 아니라, 공연이 끝나는 순간부터 다음 바이럴이 시작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2월 그래미 어워드에서도 이 흥행 구조가 확인됐습니다. 캣츠아이는 신인상 후보에 올랐고, '골든'은 베스트 송 리튼 포 비주얼 미디어를 수상했습니다. 그래미와 코첼라를 같은 해에 함께 경험했다는 건, 단순한 성과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팝 음악 시장에서 이 팀이 '실력으로 인정받는 그룹'으로 분류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미국이나 유럽을 여행하면서 느꼈던 것 중에 하나가, 문화가 섞이는 방식이 그쪽에서는 굉장히 자연스럽다는 점이었습니다. 음식도 패션도 음악도 다 섞이면서 새로운 형태가 만들어지는데, 그게 어색하지 않습니다. 캣츠아이의 흥행 공식도 그 감각과 닮아있습니다. K-POP 특유의 퍼포먼스 훈련과 서구 팝의 시장 전략이 억지로 합쳐진 느낌이 아니라, 처음부터 같이 자란 것처럼 자연스럽습니다.

본연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캣츠아이

친구들과 캣츠아이 얘기를 하면 반응이 항상 갈립니다. 어떤 친구는 "K-POP 같지 않아서 오히려 좋다"고 하고, 어떤 친구는 "그래서 뭔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둘 다 맞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 팀은 아직 완전히 자신들만의 색을 확정한 단계가 아닙니다.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하면서 방향을 잡아가는 과정에 더 가깝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걸 단점으로 보지 않습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아이돌을 보면서 느낀 건, 초기부터 정체성이 너무 확실하게 고정된 팀은 나중에 확장하는 데 오히려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캣츠아이는 반대로 여러 방향을 열어두고 탐색하면서 확장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정체성이 약하다'는 말이 나올 수 있지만, 저한테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말로 들립니다. 그리고 그게 오히려 더 큰 가능성처럼 보입니다.

요즘은 아이돌을 볼 때 "이 팀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까"를 먼저 보게 됩니다. 그 시각으로 보면 캣츠아이는 상당히 넓은 가능성을 가진 팀입니다. 멤버들이 각자 다른 나라 출신이고, 언어적으로도 영어, 한국어, 기타 언어를 넘나들 수 있는 구조입니다. 어떤 시장을 공략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포지셔닝될 수 있습니다.

정체성 문제를 생각하면서 한 가지 더 짚고 싶은 건, 이 팀이 던지는 질문이 단순히 음악 장르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우리는 보통 어떤 팀이나 아티스트를 볼 때 "어느 나라 팀이냐"로 먼저 분류합니다. BTS는 한국, 테일러 스위프트는 미국, 이런 식으로요. 그런데 캣츠아이는 그 질문에 명확하게 답하지 않습니다. 어느 나라 팀이냐고 물으면 "글로벌"이라는 답이 나오는데, 그게 회피가 아니라 실제 정답에 가깝습니다.

그렇다고 이 팀이 완성됐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캣츠아이는 여전히 실험 중입니다. 코첼라에서 통한 포인트 안무와 바이럴 전략이 다음 앨범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작동할지는 아직 모릅니다. 음악 스타일이 계속 바뀌다 보면 팬들이 따라가기 어렵다고 느낄 수도 있고, 반대로 그 변화 자체를 즐기는 팬층이 형성될 수도 있습니다.

"이건 어느 나라 음악이지?"라고 묻게 만드는 게 아니라, "이건 어떤 감각이지?"라고 묻게 만드는 팀. 저는 그게 캣츠아이가 지금 만들어가고 있는 정체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국적이 아니라 감각으로 묶인 팀이라는 표현이 가장 가깝게 느껴집니다.

캣츠아이를 보면서 음악과 아이돌이라는 개념이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가 보이는 것 같습니다. 거창한 말처럼 들릴 수 있지만, 실제로 이 팀의 무대를 보고 있으면 그 생각이 자연스럽게 듭니다. 데뷔 604일 만에 그래미와 코첼라를 같은 해에 경험한 팀. 그 숫자가 주는 무게감이 있습니다.

'정체성이 아직 없다'는 게 문제라고 느끼신다면, 저는 이렇게 제안하고 싶습니다. 조금만 더 지켜보십시오. 지금 캣츠아이가 가장 흥미로운 이유는 완성됐기 때문이 아니라, 아직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을 보는 게 이 팀을 보는 가장 재미있는 방법일 수 있습니다. 코첼라 무대를 아직 못 보셨다면 지금 찾아보시는 걸 권합니다. 글로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보는 게 훨씬 빠릅니다.


참고: https://v.daum.net/v/20260412200723252?f=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