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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임 임팔라, 몽환적인 네오 사이키델리 음악 (케빈 파커, 21세기, 단독)

by oasis 2026. 3. 2.

몽환적인 사운드를 내는 테임 임팔라

 

2026년 2월, 테임 임팔라의 케빈 파커가 그래미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저는 솔직히 웃음이 터졌습니다. 그가 수상 소식을 모른 채 잠들어 있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호주 퍼스에 사는 그에게 LA에서 열린 그래미 프리미어 시상식은 새벽 4시 30분이었고, 그는 그냥 잠들어 있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휴대폰에 축하 메시지 30개가 와 있는 걸 보고서야 자신이 상을 받았다는 걸 알았다고 합니다.

저는 이 에피소드가 케빈 파커라는 사람을 너무나 잘 보여준다고 생각했습니다. 화려한 시상식보다 자신의 일상과 작업에 더 집중하는, 어쩌면 음악계의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사람. 그래서 오히려 더 진짜 같은 음악을 만드는 사람 말입니다.

시차 때문에 놓친 그래미, 케빈 파커는 어떤 사람일까요?

케빈 파커를 처음 알게 된 건 대학 시절이었습니다. 여자친구를 따라 천문동아리 밤샘 관측회에 갔다가 한 선배가 틀어준 "Let It Happen"을 들었을 때, 저는 이 음악이 정말 한 사람이 만든 건지 의심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케빈 파커는 테임 임팔라의 모든 곡을 혼자 작곡하고, 거의 모든 악기를 직접 연주하며, 녹음까지 도맡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는 1986년 호주 시드니에서 태어나 퍼스에서 자랐습니다. 음악을 사랑한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일곱 살 때 이미 자작곡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드럼, 기타, 베이스, 신디사이저, 피아노까지 다룰 수 있는 멀티 인스트루멘탈리스트이기도 합니다. 공연할 때는 다른 멤버들과 함께 무대에 서지만, 음반 작업은 철저히 혼자 합니다. 이런 방식은 나인 인치 네일스의 트렌트 레즈너를 떠올리게 합니다.

저는 이번 그래미 수상 에피소드가 그의 성격을 정확히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인터뷰에서 "그래미 시상식이 있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었다"고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자신이 후보에 올랐다는 것도 잊었다고 합니다. 이런 태도가 거만함이 아니라 그저 자신의 작업에 몰두하는 사람의 자연스러운 모습처럼 느껴졌습니다.

호주와 미국의 시차는 거의 반나절입니다. 퍼스는 LA보다 16시간 빠르기 때문에, LA에서 낮에 열리는 행사는 퍼스에서는 한밤중이 됩니다. 그래미 프리미어 시상식이 LA 시간으로 오후 12시 30분에 시작됐다면, 퍼스에서는 새벽 4시 30분입니다. 케빈 파커는 그냥 잠들어 있었고, 아침에 일어나서야 자신이 "End of Summer"로 댄스 일렉트로닉 레코딩 부문 상을 받았다는 걸 알았습니다.

저는 이 상황이 오히려 케빈 파커답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음악계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보다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혼자 작업하는 시간을 더 소중히 여기는 사람처럼 보입니다. 실제로 그의 음악도 그런 고독한 작업의 산물입니다. 혼자서 모든 악기를 연주하고, 혼자서 사운드를 쌓아 올리고, 혼자서 완성해내는 과정. 그 과정이 테임 임팔라의 음악을 특별하게 만드는 핵심이 아닐까요?

테임 임팔라의 사이키델릭 사운드, 어떻게 21세기를 사로잡았을까요?

테임 임팔라의 음악을 처음 들으면 많은 사람들이 1960~70년대 사이키델릭 록을 떠올립니다. 비틀즈, 핑크 플로이드, 지미 헨드릭스 같은 전설적인 이름들이 자연스럽게 언급됩니다. 케빈 파커의 목소리가 존 레논을 닮았다는 평도 많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저 과거 사운드를 복각하는 밴드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테임 임팔라를 깊이 들으면 들을수록, 이들이 단순히 과거를 모방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특히 2015년 발매된 앨범 "Currents"는 제 생각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저는 당시 취업 준비에 실패하고 대학원 진학도 흐지부지되던 시기였는데, 매일 학교 옥상에 올라가 이 앨범을 반복해서 들었습니다. 신디사이저의 파도 같은 사운드가 "지금은 방향을 잃어도 괜찮다"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Currents"는 테임 임팔라의 음악적 전환점이었습니다. 이전 앨범들이 사이키델릭 록에 더 가까웠다면, 이 앨범은 일렉트로닉과 디스코, R&B 요소를 과감하게 결합했습니다. 피치포크는 이 앨범에 9.3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줬고, 많은 평론가들이 "현대적 사이키델릭의 새로운 기준"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물론 일부에서는 록 사운드를 버린 것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했지만, 케빈 파커는 자신의 길을 갔습니다.

저는 테임 임팔라의 진짜 강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의 질감을 가져오되, 현재의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능력. 1970년대 신디사이저와 2020년대 프로덕션 기술을 결합하고, 사이키델릭 록의 몽환성과 현대 팝의 캐치함을 동시에 담아내는 것. 이런 능력 덕분에 테임 임팔라는 인디 음악 팬들뿐만 아니라 메인스트림 팝 리스너들, 심지어 힙합 아티스트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실제로 케빈 파커는 트래비스 스캇의 "ASTROWORLD", 위켄드의 "After Hours" 같은 앨범에 프로듀서로 참여했고, 칸예 웨스트와의 콜라보레이션도 진행했습니다. 2024년에는 저스티스의 앨범에 보컬로 참여하고, 두아 리파의 앨범 11곡 중 7곡을 프로듀싱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인디 뮤지션의 크로스오버가 아니라, 장르를 넘나드는 진짜 음악적 영향력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저는 회사 워크숍 장기자랑에서 테임 임팔라 스타일로 사내 홍보 영상을 리믹스한 적이 있습니다. 형광 조명 대신 싸구려 무드등과 프로젝터를 동원해 사이키델릭한 분위기를 흉내 냈죠. 동료들은 어리둥절했지만, 저는 그 무대 위에서 잠깐이나마 현실을 벗어난 기분을 느꼈습니다. 테임 임팔라의 음악은 그런 마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상의 틈에서 우주를 느끼게 만드는 능력 말입니다.

혼자 만드는 단독 음악, 왜 더 특별하게 느껴질까요?

케빈 파커가 거의 모든 것을 혼자 만들어낸다는 사실은 저에게 큰 위안이었습니다. 혼자라는 게 반드시 결핍이 아니라는 것. 고독은 때로 가장 밀도 높은 창작의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것. 저는 힘들 때마다 테임 임팔라를 들으며, 세상이 아니라 제 안의 우주를 탐험하려고 노력합니다.

테임 임팔라의 티저 영상을 보면 케빈의 작업 방식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는 베이스와 드럼부터 시작해서 신디사이저 멜로디를 하나씩 추가하며, 마지막에는 테임 임팔라 특유의 사이키델릭 음색을 완성해냅니다. 이 과정은 마치 한 사람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는 것 같습니다. 밴드라기보다는 한 개인의 내면 풍경을 소리로 표현한 일기에 가깝습니다.

저는 "Lonerism"이라는 앨범 제목이 테임 임팔라의 본질을 정확히 표현한다고 생각합니다. 외로움(loneliness)과 이즘(ism)의 합성어인 이 제목은, 고독을 하나의 철학이나 태도로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합니다. 2012년 발매된 이 앨범은 비평가들로부터 비틀즈의 "Revolver", 라디오헤드의 "Kid A"에 비견될 만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당시 케빈 파커는 스무 살 중반의 젊은 나이였는데도 말입니다.

"Feels Like We Only Go Backwards"라는 곡을 들어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환상적인 밴드 사운드와 신디사이저의 조화, 그 위를 떠다니는 케빈의 목소리. 가사는 관계에서의 정체감을 노래하지만, 사운드는 오히려 부유하고 몽환적입니다. 이런 대비가 테임 임팔라 음악의 핵심입니다. 솔직하고 내성적인 가사와 화려한 사운드의 결합.

케빈 파커는 인터뷰에서 칸예 웨스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실제로 둘의 콜라보레이션 트랙이 유출되기도 했습니다. 2017년에는 "Currents Collector Edition"을 출시하며 자신의 작곡 스타일과 사용하는 악기들을 공개했습니다. 많은 팬들은 완성된 앨범보다 티저 영상에 나온 미완성 버전을 더 좋아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케빈의 작업 과정 자체가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느껴진다는 뜻입니다.

저는 취업 준비에 실패했던 시기에 매일 학교 옥상에서 "Currents"를 들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때 저는 "Let It Happen"의 반복과 점층이 불안과 체념, 그리고 결국의 수용을 표현한다는 걸 느꼈습니다. 변화는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통과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케빈 파커가 혼자서 만든 음악이 제게 그런 깨달음을 줄 수 있었던 건, 그의 음악이 진짜 고독에서 나온 진짜 감정을 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2025년 10월 발매된 다섯 번째 정규 앨범 "Deadbeat"에서도 케빈은 여전히 혼자 작업했습니다. 2026년 7월부터는 미국과 캐나다 투어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무대에서는 다른 멤버들과 함께 서겠지만, 그 무대 위에서 울려 퍼질 소리들은 모두 케빈 한 사람의 머릿속에서 나온 것입니다. 저는 그 사실이 테임 임팔라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테임 임팔라를 들으며, 고독이 반드시 어둡기만 한 감정은 아니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것은 사색의 공간이 될 수도 있고, 새로운 소리의 실험실이 될 수도 있습니다. 케빈 파커가 시차 때문에 그래미 수상식을 놓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그는 시상식보다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혼자서, 다음 소리를 만들어내는 데 더 관심이 있는 사람이니까요. 그리고 그런 태도가 결국 그를 그래미상을 받는 아티스트로 만들었습니다.

테임 임팔라의 음악은 파티에서 흘러나와도 좋지만, 이어폰을 꽂고 새벽 거리를 걸을 때 더 빛납니다. 저는 앞으로도 힘들 때마다 케빈 파커의 음악을 들을 것입니다. 제 안의 우주를 탐험하기 위해, 그리고 혼자라는 것이 때로는 가장 강력한 창작의 조건이 될 수 있다는 걸 기억하기 위해서요.


참고: https://pitchfork.com/news/tame-impalas-kevin-parker-slept-through-his-2026-grammy-w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