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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와 명곡 Africa (세션맨, 대박, 리메이크)

by oasis 2026. 2. 22.

Toto의 명곡 Africa

 

솔직히 저는 토토(Toto)의 'Africa'가 이렇게까지 높은 조회수를 기록할 줄 몰랐습니다. 6억 5천만이라는 숫자는 같은 밴드의 다른 히트곡들과 비교해도 압도적입니다. 일반적으로 명곡은 발표 당시부터 큰 사랑을 받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Africa'는 오히려 30년이 지난 후 인터넷 문화를 통해 재발견되었습니다. 비 오는 저녁 차 안에서 이 곡을 들으면, 현실은 늘 같은 동네인데 코러스가 터지는 순간 마음은 이미 다른 대륙입니다.

세션맨으로 시작한 밴드 토토의 성공

토토(Toto)는 세션맨들로 구성된 밴드였습니다. 당시에는 세션맨 출신 밴드가 성공할 수 없다는 편견이 있었지만, 이들은 그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버렸습니다. 데이비드 페이치, 스티브 포카로, 스티브 루카서, 제프 포카로 같은 멤버들은 1970년대부터 수많은 유명 뮤지션들의 앨범에 참여한 일류 세션맨들이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 LP 속지를 읽으며 토토 멤버들의 이름을 처음 발견했던 기억이 납니다. 'Beat It'에서 에디 밴 헤일런의 기타 솔로가 유명하지만, 사실 그 곡에는 스티브 루카서가 세션 기타와 베이스를 맡았고, 제프 포카로와 스티브 포카로도 드럼과 신시사이저로 참여했습니다.

스티브 루카서는 약 1500곡에 세션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좋은 세션맨이란 단순히 연주를 잘하는 것을 넘어, 작곡가와 편곡가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보컬을 돋보이게 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세션 작업에서는 그의 연주가 전체 믹스에 묻혀 잘 들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솔로 연주 요청이 들어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예상 밖의 대박, 그리고 밈의 힘

'Africa'는 토토의 유일한 빌보드 싱글 차트 1위 곡입니다. 흥미로운 건 이 곡이 녹음 과정에서 멤버들이 지쳐 앨범 수록을 포기할 뻔했다는 점입니다. 토토의 전형적인 사운드와 달라서 작곡자 데이비드 페이치마저 솔로 앨범에 넣을까 고민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결과는 대박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80년대 히트곡은 시간이 지나면 잊히거나 향수를 자극하는 정도로 소비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Africa'는 제 경험상 완전히 다른 경로를 밟았습니다. 2010년대 미국 청소년들 사이에서 "아프리카에 비가 내렸으면 좋겠어"라는 가사를 활용한 밈이 유행하면서, 이 곡은 트로트를 즐겨 듣지 않는 세대에게도 급속도로 퍼져나갔습니다.

트위터에는 이 곡의 가사를 반복적으로 올리는 '아프리카 봇'이 등장했고, 각종 TV 프로그램에서 배경 음악과 패러디로 사용되었습니다. 2017년 한 해에만 유튜브 조회수 약 4억 건, 스포티파이 스트리밍 4억 2천만 회를 기록했습니다. 2018년 스포티파이 결산에서는 "밈 덕분에 2018년은 아프리카의 해였다"는 내용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저는 처음에 이 현상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밈을 접하고 나니, 중독성 있는 멜로디가 왜 젊은 세대를 사로잡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첫 부분 가사가 시작되면 정지 버튼을 누를 수 없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리메이크와 확산, 그리고 실제 음악성

2017년 12월, 한 10대 소녀의 트윗을 계기로 위저가 'Africa'를 리메이크했습니다. 이 버전은 빌보드 싱글 차트 26위까지 올랐고, 뮤직비디오에는 패러디의 왕 위어드 알 얀코빅이 출연했습니다. 영화 '아쿠아맨'의 테마곡이 나왔을 때는 사람들이 핏불을 조롱하며 토토의 'Africa'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2019년 1월에는 한 설치 예술가가 나미브 사막 어딘가에 '토토 포에버'라는 이름의 오디오 장치를 설치해 'Africa'를 24시간 무한 재생하고 있습니다. 밈이 현실 세계로 넘어온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밈 문화를 걷어내고 들어도 이 곡의 멜로디와 화성은 여전히 단단합니다. 인트로의 마림바 신스 리프는 80년대 특유의 디지털 감성과 인간적인 멜로디 감각이 절묘하게 섞여 있습니다. 코러스에서 터지는 "I bless the rains down in Africa"는 종교적 선언처럼 들리는데, 그 과장된 진지함이 오히려 이 곡을 더 낭만적으로 만듭니다.

제가 느끼기에 'Africa'는 지리적 장소라기보다 하나의 감정 상태에 가깝습니다. 가사는 다소 추상적이고, 실제 아프리카에 대한 묘사라기보다는 서구인의 상상 속 아프리카에 가까운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순수함 덕분에 곡은 냉소와 거리가 멀고, 계산된 히트곡이라기보다는 음악적으로 잘 훈련된 세션 뮤지션들이 진심으로 만든 팝 서사시 같습니다.

결국 토토 'Africa'의 놀라운 조회수는 밈 문화라는 예상치 못한 경로를 통해 만들어졌지만, 그 바탕에는 여전히 단단한 음악성이 있었습니다. 저는 이 곡을 들으며 아직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동경을 느낍니다. 어쩌면 우리는 늘 떠날 준비만 하며 사는 사람들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노래 덕분에 당장 떠나지 못해도 괜찮아집니다. 마음속에서라도 우리는 계속 이동 중이니까요.


참고: https://youtu.be/y__Qnw2PNAc?si=rrC7bcrvXu6bDeQ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