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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ebadoobee, 20세기를 노래하는 21세기 가수 (Coffee, 재해석, 청춘)

by oasis 2026. 3. 15.

기타를 연주하는 Beebadoobee

2017년 유튜브에 올라온 한 곡이 수십만 회 조회수를 기록하며 바이럴을 탔습니다. 기타와 목소리만으로 완성된 단순한 곡이었습니다. 저는 그 노래를 대학교 3학년 겨울, 과제를 하다가 우연히 들었습니다. 자동재생으로 흘러나온 조용한 기타 소리가 귓가에 남았고, 그날 밤 저는 한동안 그 곡을 반복해서 들었습니다.

특별히 화려한 편곡도 없었고, 복잡한 프로덕션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묘하게 집중이 됐습니다. 시험 기간의 긴장감 속에서도 그 노래는 제게 잠깐의 휴식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때 처음 알게 된 이름이 Beabadoobee였습니다.

Coffee로 시작된 베드룸 팝의 확장

Beabadoobee의 대표곡 Coffee는 그녀가 직접 작곡한 첫 번째 노래입니다. 친구의 방에서 녹음해 온라인에 올린 이 곡은 본래 친구들과 공유하려는 의도였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반응을 얻었습니다. 이 곡의 성공은 런던의 Dirty Hit 레이블의 관심을 끌었고, 2018년 초 그녀는 정식으로 계약을 맺게 됩니다.

저는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 엘리엇 스미스나 킴야 도슨 같은 인디 싱어송라이터의 분위기가 떠올랐습니다. 실제로 Beabadoobee는 영화 '주노'를 통해 킴야 도슨의 음악을 접했고, 이는 그녀의 음악 스타일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로파이한 사운드와 친밀한 분위기는 당시 유행하던 베드룸 팝 장르와도 자연스럽게 어울렸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음악이 단순히 베드룸 팝의 범주 안에만 머물렀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조금 다르게 봅니다. 2018년 발매된 두 장의 EP, Lice와 Patched Up은 분명 조용하고 진솔한 접근 방식을 유지했지만, 동시에 그녀는 사운드에 더 많은 풍성함을 더하고 싶어 했습니다. 베이시스트, 드러머, 기타리스트를 영입하며 밴드 사운드로 확장한 것은 그녀가 단순히 혼자 방에서 음악을 만드는 아티스트에 머물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혔습니다.

저는 학교 근처 공원 벤치에 앉아 그녀의 초기 곡들을 들으며 묘한 위로를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대학 생활이 길게 이어질 것 같았던 그 시절, 그녀의 음악은 제게 조용한 동반자 같았습니다. 거대한 메시지를 던지기보다는, 아주 작은 감정의 조각들을 건네는 음악이었습니다.

90년대 얼터너티브 록의 영향과 재해석

2019년은 Beabadoobee의 음악적 전환점이었습니다. 4월에 발매된 Loveworm EP는 그녀의 멜로디에 그런지와 슈게이즈에서 영감을 받은 더 강렬한 사운드를 더했습니다. 그리고 10월에 나온 Space Cadet EP는 90년대 인디와 얼터너티브 록에 대한 과감한 오마주를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I Wanna Be Stephen Malkmus"라는 곡 제목은 그녀가 페이브먼트의 프론트맨에게 얼마나 영향을 받았는지를 직접적으로 드러냅니다.

일반적으로 90년대 음악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면 단순한 복고 스타일로 여기는 분들도 있지만, 실제로 그녀의 음악을 들어보면 단순한 모방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소닉 유스, 페이브먼트 같은 밴드의 거친 기타 사운드와 솔직한 가사는 분명 느껴지지만, 동시에 현대적인 프로덕션 감각이 결합되어 있습니다. 이 균형 덕분에 그녀의 음악은 오래된 음악 팬에게도 익숙하게 들리고, 새로운 세대에게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집니다.

저는 대학교 동아리에서 그녀의 음악 이야기가 나왔을 때가 기억납니다. 누군가가 플레이리스트를 공유하며 그녀의 곡을 틀었는데, 몇 명은 이미 알고 있었고 몇 명은 처음 듣는다고 했습니다. 흥미로웠던 건 대부분의 반응이 비슷했다는 점입니다. "편안하다"는 반응이었습니다. 그때 친구 중 한 명이 "요즘 인디 음악은 예전보다 훨씬 개인적인 느낌이 강하다"고 말했는데, 그 말이 Beabadoobee의 음악을 정확히 설명하는 것 같았습니다.

2020년 10월 발매된 데뷔 정규 앨범 Fake It Flowers는 이러한 90년대 얼터너티브 록에서 팝으로의 전환을 더욱 확장시켰습니다. 이 앨범은 영국에서 톱 10에 진입했고, 해리 스타일스와 테일러 스위프트 같은 메인스트림 아티스트들의 팬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녀의 음악이 과거의 질감을 유지하면서도 대중성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감정의 진정성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Beabadoobee의 인디 감성과 글로벌 청춘의 연결

Beabadoobee는 2000년 필리핀 일로일로 시에서 태어나 세 살 때 런던으로 이주했습니다. 그녀는 여학생들만 다니는 가톨릭 학교에서 유일한 필리핀 학생으로 소외감을 느꼈고, 우울증과 차별에 시달리다 17세에 퇴학당했습니다. 아버지가 사준 중고 기타는 그녀에게 위로이자 표현의 도구가 되었습니다.

이런 개인적 배경은 그녀의 음악에 깊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2022년 발매된 두 번째 정규 앨범 Beatopia는 그녀가 7살 때 만들어낸 상상의 세계에서 이름을 따왔으며, 포크, 라틴, 사이키델릭 록 등 다양한 장르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이 앨범에서 그녀는 자신의 트라우마적인 과거를 담은 곡들을 썼고, 이는 단순히 음악적 실험이 아니라 개인적 치유의 과정처럼 느껴졌습니다.

저는 그녀의 음악을 들으면서 "일기장"이라는 단어가 자주 떠올랐습니다. 그녀의 노래는 거대한 메시지를 전달하려 하기보다, 아주 개인적인 감정을 기록하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사랑, 불안, 외로움 같은 감정들이 과장되지 않은 상태로 그대로 드러납니다. 그래서 듣는 사람은 음악을 듣는 동시에 누군가의 사적인 생각을 엿보는 느낌을 받습니다.

2023년 발매된 "Glue Song"은 그녀의 최대 히트곡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영국 차트 톱 40에 진입하며 실버 인증을 받았고, 미국에서도 골드 인증을 받았습니다. 로맨틱한 분위기의 이 곡은 그녀의 음악이 인디 영역을 넘어 더 넓은 대중에게 닿을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라우페이와의 협업곡 "A Night to Remember" 역시 좋은 반응을 얻으며, 그녀의 음악이 동시대 아티스트들과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인터넷 시대의 인디 음악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Beabadoobee의 성공은 매우 상징적입니다. 과거 인디 음악이 특정 지역이나 장르 커뮤니티 안에서 형성되었다면, 그녀는 유튜브와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 청자들과 연결됩니다. 필리핀 출신이지만 런던에서 자랐고, 90년대 미국 얼터너티브 록의 영향을 받았으며, 현재는 글로벌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그녀의 경로는 국경을 넘나드는 현대 인디 음악의 흐름을 잘 보여줍니다.

2024년 8월 발매된 세 번째 정규 앨범 This Is How Tomorrow Moves는 릭 루빈이 프로듀싱했습니다. 이 앨범에서 그녀는 2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자신의 감정과 행동에 대한 책임을 받아들이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성장과 성찰이라는 주제는 그녀의 음악이 단순히 청춘의 감정을 기록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성인으로서의 복잡한 감정을 다루기 시작했음을 보여줍니다.

저는 졸업 후 직장을 다니면서 음악을 듣는 시간이 줄었지만, 가끔 유튜브 알고리즘이 그녀의 노래를 추천해 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대학 시절의 밤공기가 떠오릅니다. 과제를 하던 방, 노트북 화면, 그리고 창밖의 조용한 거리. Beabadoobee의 음악은 제게 그 시절의 공기와 감정을 그대로 기억하게 만드는 음악입니다.

Beabadoobee의 음악은 거대한 서사보다는 작은 감정의 순간들을 기록하는 음악입니다. 그녀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마치 누군가의 방 안에 앉아 기타 연주를 듣고 있는 것 같은 친밀한 분위기가 만들어집니다. 그 친밀함이야말로 그녀의 음악이 가진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아직 그녀의 음악을 들어보지 않았다면, Coffee부터 시작해보는 것을 권합니다. 조용한 밤, 혼자만의 시간에 이어폰을 꽂고 들으면 그녀의 음악이 왜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위로는 특별한 사건 없이도,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 https://www.allmusic.com/artist/beabadoobee-mn0003780500#bi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