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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otional Oranges, 밤의 분위기를 노래하는 R&B듀오 (감정, 투스텝, 설계)

by oasis 2026. 3. 17.

Emotional Oranges 무대의 한장면

 

감정을 팔아 성공한 음악가가 있을까요? 저는 Emotional Oranges라는 듀오를 처음 들었을 때 정확히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름부터 감정을 내세우는 이 팀이 올해 서울재즈페스티벌 무대에 섭니다. 작년 단독 공연 전석 매진에 이어 또다시 서울을 찾는 이들의 음악은 한국 팬들에게 특별한 무언가로 각인된 것 같습니다. 저 역시 퇴근길 지하철에서 우연히 들은 그들의 곡 덕분에 밤의 시간을 다르게 느끼기 시작했으니까요.

서울재즈페스티벌 무대에 선 감정 파는 듀오, Emotional Oranges

Emotional Oranges가 한국과 맺은 인연은 생각보다 깊습니다. 멤버 아자드는 한국을 세계 최고 커피 도시 중 하나로 꼽으면서, 자신이 운영하는 커피 여행 콘텐츠에서 서울만으로 한 편을 통째로 쓸 만큼 소개하고 싶은 카페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숲을 지나 들어가는 자판기 주문 방식의 김치전 맛집을 언급하며 이름은 비밀이라고 웃었는데, 이런 디테일한 경험담이 단순한 립서비스가 아니라는 걸 느끼게 합니다.

저는 작년에 그들의 단독 공연 소식을 들었을 때 솔직히 좀 의아했습니다. 국내에서 R&B 듀오가 전석 매진을 시킬 정도로 인기가 있을까 싶었거든요. 하지만 공연 직후 SNS에 올라온 영상들을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관객들은 단순히 음악을 듣는 게 아니라 그 분위기 속에 완전히 잠겨 있었습니다. 멤버 발리는 그날 밤을 문신처럼 새겨진 기억이라고 표현했는데, 한 관객이 전곡을 따라 부르는 모습을 보며 자신들의 음악이 얼마나 멀리 퍼졌는지 실감했다고 합니다.

서울재즈페스티벌 무대는 그들이 몇 년 전부터 꼭 서보고 싶었던 곳이라고 합니다. 이번 공연에서는 부드럽고 감각적인 무드와 그루브를 동시에 표현하면서, 관객들과 함께 감정을 나누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재즈 페스티벌이라는 무대가 Emotional Oranges의 음악과 잘 맞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음악은 강렬한 비트보다는 전체적인 분위기와 흐름이 중요하거든요. 야외에서 밤바람을 맞으며 듣는 그들의 음악은 분명 실내 공연과는 또 다른 감각을 줄 것 같습니다.

재현과의 협업이 만든 서울의 투스텝

이번 앨범 Orenjii에는 NCT 재현이 참여한 Call It Off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아자드는 재현과의 만남을 2024년 Flamin Hot Lemon 작업 시기로 기억하며, 서로 다른 배경에서 자랐지만 90년대 팝과 R&B 보이밴드에 대한 취향이 닮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 협업을 멋쟁이 팝스타가 서울에서 투스텝 밟는 무드라고 요약했는데, 이 한 문장이 곡의 분위기를 정확히 설명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K-POP 아이돌과 해외 R&B 아티스트의 협업을 처음 들었을 때 조금 생뚱맞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장르적 결합보다는 마케팅 목적이 더 커 보이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하지만 Call It Off는 달랐습니다. 재현의 보컬이 Emotional Oranges의 몽환적인 사운드 위에 자연스럽게 얹혀지면서, 마치 원래 그렇게 설계된 곡처럼 들렸습니다. 특히 밤에 드라이브하면서 이 곡을 들으면 서울의 야경이 더 선명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아자드와 발리는 재현이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오면 함께 축하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습니다. 이런 말 한마디에서도 단순한 협업 이상의 관계가 느껴집니다. 음악적 교집합을 찾은 두 아티스트가 앞으로 또 어떤 작업을 함께할지 기대가 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협업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장르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감각을 만들어내는 시도 말입니다.

밤의 도시를 걷는 듯한 음악의 설계

Emotional Oranges의 음악을 설명할 때 가장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 분위기입니다. 실제로 그들은 곡의 감정과 질감을 먼저 정하고, 그에 맞춰 사운드를 설계한다고 합니다. 아자드는 보컬이 돋보일 수 있도록 공간을 여유 있게 만들고 불필요한 요소는 과감히 덜어낸다고 설명했습니다. Candy Gum, Out the Blue, Call It Off 같은 곡들은 모두 베이스, 드럼, 앰비언스, 리드 멜로디라는 단순한 구조지만, 각각의 공간감은 완전히 다릅니다.

저는 처음 그들의 곡 Motion을 들었을 때 이런 설계 방식을 직관적으로 느꼈습니다.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이어폰을 끼고 듣는데, 곡이 저를 다른 공간으로 데려가는 것 같았습니다. 피곤한 하루였지만 그 몽환적인 분위기가 묘하게 감정을 차분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Emotional Oranges의 음악을 주로 밤에 듣게 됐습니다. 늦은 밤 드라이브할 때나 집에서 불을 끄고 음악을 들을 때, 친구들과 술을 마신 뒤 돌아오는 길에도 그들의 음악이 함께했습니다.

발리는 이번 앨범 Orenjii를 가장 시네마틱한 작품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각 곡이 하나의 색깔이라면 그 색들이 함께 감정적으로 풍부하면서도 춤출 수 있는 그림을 그린다는 설명입니다. 저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들의 음악은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느껴집니다. 불빛이 켜진 거리, 조용한 지하철, 늦은 시간의 카페 같은 풍경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특히 이들의 음악에는 1990년대 R&B의 영향이 강하게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한 복고가 아니라 현대적인 전자 사운드와 결합하면서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냅니다. 2000년대 팝 감성에서 영감을 받은 비주얼 무드도 그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아자드는 그 시절이 훨씬 더 대담하고 컬러풀했다며, 요즘엔 그런 아트 디렉션이 흔하지 않다고 아쉬워했습니다. 저는 예전에는 강렬한 비트와 흥분되는 음악을 좋아했지만, 이제는 이런 분위기 있는 음악이 더 좋아졌습니다. 아마 나이가 들면서 취향도 변한 것 같습니다.

Emotional Oranges는 앞으로 10년 후 하나의 우주가 되어 있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음악은 중심에 있되 영화나 패션, 웰니스까지 확장될 수 있다는 비전입니다. 발리는 개인적으로 DJ나 프로듀서로도 활동하고 싶다고 했는데, 분명한 건 더 커지기보다는 더 깊어질 거라는 점입니다. 감성적이고 친밀하고 멋지게 말입니다. 저는 이런 방향성이 지금의 음악 시장에서 꽤 설득력 있다고 봅니다. 무조건 크게 성장하기보다는 자신만의 색깔을 더욱 선명하게 만드는 전략이 때로는 더 오래가거든요.

혼성 듀오로서 감정의 진폭이 다를 때도 있을 텐데, 발리는 오히려 그 긴장감이 자신들의 마법이라고 말했습니다.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이고 대비 안에서 아름다움을 찾았다는 설명입니다. 한 명이 무게감을 잃을 때 다른 한 명이 잡아주는 관계. 저는 이런 균형이 그들 음악의 안정감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감정을 다루는 음악이지만 결코 과하지 않고, 몽환적이지만 흐트러지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서울재즈페스티벌 무대에서 Emotional Oranges는 한국 팬들에게 계속 춤추고 느끼고 빛나달라는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저는 이 말이 단순한 인사말이 아니라 그들 음악의 본질을 담고 있다고 봅니다. 감정을 느끼고 그 안에서 움직이는 것. 그것이 바로 Emotional Oranges가 추구하는 음악의 형태니까요. 저 역시 앞으로도 늦은 밤 그들의 음악을 들으며 도시의 불빛 사이를 걸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들이 제 인생에서 어른이 된 이후의 기억으로 계속 남을 것입니다.


참고: https://hypebeast.kr/2025/4/emotional-orange-inter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