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적으로 록 밴드의 여성 보컬은 남성 기타리스트의 보조 역할로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Heart의 윌슨 자매는 그 공식을 완전히 뒤집어버렸습니다. 제가 처음 Barracuda를 들었을 때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보컬도, 기타도 모두 여성이 주도하는데 전혀 밀리지 않는 사운드였습니다. 오히려 더 날카로웠습니다.
70년대 전성기, 사랑이 만든 음악
Heart의 첫 전성기는 사랑으로 시작됐습니다. 언니 앤 윌슨이 밴드에 합류한 뒤, 기타리스트 로저 피셔의 형인 마이클 피셔와 연인이 되면서 밴드의 중심축이 형성됐습니다. 그리고 앤은 동생 낸시를 데려왔고, 낸시는 로저와 사랑에 빠졌습니다. 형제가 자매와 각각 연인 관계인 구도였죠.
제가 직접 이 시기 음악들을 들어보면서 느낀 건, 사랑이 창작의 원동력이 될 때 얼마나 강력한지였습니다. 앤이 마이클을 생각하며 쓴 Magic Man은 빌보드 차트 톱텐에 올랐고, Crazy on You는 낸시의 어쿠스틱 기타 아이디어와 로저의 일렉 기타 리프가 완벽하게 결합된 곡입니다. 70년대 중반, 남성 중심의 하드록 시장에서 이들은 전혀 위축되지 않았습니다.
첫 앨범은 라디오를 통해 서서히 입소문을 타며 백만 장 이상 판매됐습니다. 하지만 레코드사의 무리한 마케팅 때문에 윌슨 자매가 근친 관계라는 황당한 루머가 돌기도 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루머는 여성 밴드를 대하는 당시 업계의 시선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실력보다 이미지를 먼저 소비하려던 거죠.
멤버 교체, 슬럼프의 시작
일반적으로 밴드 내 연애는 좋은 결과를 낳지 못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Heart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낸시의 연인이었던 로저가 술과 약물에 빠지면서 관계가 틀어졌고, 낸시는 드러머 마이크와 새로운 관계를 시작했습니다. 로저는 무대에서 기타를 부수며 분노를 표출하다 결국 밴드에서 쫓겨났습니다. 앤의 연인이었던 마이클도 비슷한 시기에 떠났습니다.
피셔 형제가 사라진 후 Heart는 큰 슬럼프를 겪었습니다. 함께 곡을 만들던 스티브 포슨은 이 시기를 두고 "마이클과 로저의 영향력이 사라진 Heart는 여전히 자매들의 것이었지만, 전혀 다른 방향으로 넘어갔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이 시기 음악을 들어보니 확실히 사운드가 흔들렸습니다. 방향성을 찾지 못한 느낌이었습니다.
자매 중심의 마케팅 때문에 피셔 형제의 축출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음악적으로는 큰 공백이었습니다. 사랑이 창작의 연료였다면, 이별은 엔진을 멈추게 만들었습니다.
80년대 재기, 파워 발라드로 돌아오다
그런데 Heart는 80년대 들어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재기에 성공합니다. 하드록 대신 팝 지향의 파워 발라드를 선택한 겁니다. Alone 같은 곡이 대표적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 변화를 "Heart가 부드러워졌다"고 평가하지만, 제 경험상 이건 단순한 타협이 아니었습니다.
작년 가을, 강릉에서 혼자 바다를 보며 Alone을 들었을 때 저는 이 곡이 왜 성공했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파도 소리와 겹치는 앤 윌슨의 목소리는 여전히 강렬했지만, 그 안에 외로움이 묻어났습니다. 강하게 밀어붙이는 대신 감정의 밀도로 승부를 걸었습니다. 고음이 터지는 순간, 혼자 여행 온 제 마음도 함께 터졌습니다.
예전에 부산 출장 중 택시에서 Barracuda가 흘러나왔던 적도 있습니다. 창밖 야경을 보며 들으니 기타 리프가 계속 귀에 남았습니다. 그 이후로 Heart는 제게 "바람이 부는 날의 음악"이 됐습니다. 거칠지만 결국 외로움을 담고 있는 밴드였습니다.
Heart의 80년대 재기는 생존 전략이자 유연함의 증거였습니다. 시대가 변하면 음악도 변해야 한다는 걸 증명한 셈입니다. 강인함과 섬세함을 동시에 가진 밴드는 흔치 않습니다.
정리하면, Heart는 단순히 여성 록 밴드라는 타이틀을 넘어 감정의 서사를 가진 집단이었습니다. 70년대 사랑으로 시작해, 멤버 교체라는 위기를 겪고, 80년대 새로운 방식으로 재기한 이들의 여정은 록의 힘에 진심을 입힌 과정이었습니다. 만약 바람 부는 날 혼자 있을 시간이 생긴다면, Heart를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그들의 음악은 센 척하게 만드는 대신, 오히려 솔직하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