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년 전에 나온 노래가 갑자기 음원 차트에 재진입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보통 역주행이라고 하면 뭔가 극적인 계기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ITZY의 "THAT'S A NO NO"는 그냥 월드투어 무대에서 춤을 췄을 뿐인데 터졌습니다. 그것도 멜론 TOP 100에까지 이름을 다시 올리면서요.
처음 이 소식을 접했을 때 저도 순간 멈칫했습니다. 그냥 옛날 노래가 뜬 게 아니라, 이 팀이 지금도 현역으로 무대 하나하나를 그렇게 쌓아오고 있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니까요. 2025년 11월 미니 11집을 낸 지 약 6개월 만에 5월 컴백까지 예고된 지금, ITZY가 왜 다시 주목받는지를 조금 더 뜯어보고 싶었습니다.
ITZY노래가 역주행하다.
역주행이라는 말을 케이팝에서 자주 쓰긴 하지만, 솔직히 그 현상의 구조를 뜯어보면 꽤 다양합니다. 외부 요인으로 바이럴이 터지거나, 드라마 OST로 재발굴되거나, 팬덤이 조직적으로 총공을 돌리거나. 그런데 이번 "THAT'S A NO NO"의 경우는 그 어느 쪽과도 결이 좀 다릅니다.
발단은 월드투어였습니다. 세 번째 월드투어 무대에서 이 곡의 안무가 처음 공개됐고, 그 풀캠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오면서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국내 인기 뮤직비디오 일간 차트 1위까지 올랐으니, 팬덤만의 반응이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저는 이 현상을 보면서 조금 다른 각도로 생각하게 됐습니다. 6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 노래가 잊혀진 게 아니라 '축적'됐던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요. ITZY를 처음 알게 된 건 대학교 초반이었는데, 그때 "DALLA DALLA"를 유튜브로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술자리 끝나고 들어와서 친구가 틀어준 거였는데, 처음엔 단순히 "요즘 애들 느낌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세련됐지만 조금 과한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그게 계속 머릿속에 남더라고요.
"THAT'S A NO NO"도 그런 방식으로 사람들 기억 어딘가에 박혀있던 곡이라고 봅니다. 그러다 무대에서 안무가 공개되는 순간, 그 기억들이 한꺼번에 소환된 거라고요. 역주행이라기보다는 지연된 반응에 가까울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멤버 유나의 솔로 데뷔도 같은 시기에 맞물렸습니다. 예지에 이어 팀 내 두 번째 솔로 주자로 'Ice Cream'을 발매했는데, 이게 팀 전체의 상승세를 분산시키지 않고 오히려 전체적인 존재감을 높이는 효과로 작용한 것 같습니다. 솔로와 팀 활동이 시너지를 내는 구조를 잘 만들어가고 있다는 인상입니다.
결국 이번 역주행은 단순히 하나의 콘텐츠가 바이럴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꾸준히 무대를 쌓아온 팀이, 그 무대의 퀄리티로 조용히 설득해온 결과로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ITZY의 자기확신
ITZY를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단어가 있습니다. 자기확신. 데뷔 때부터 일관되게 '나는 나다'라는 메시지를 밀어붙여온 팀인데, 이게 처음엔 그냥 콘셉트로 보였습니다. 케이팝에서 콘셉트는 어느 팀이나 갖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대학교 축제 때 "WANNABE"가 나오던 순간을 생각하면, 그게 단순한 콘셉트 이상의 무언가였다는 걸 느낍니다. 다들 류진 어깨춤을 따라 했는데, 잘 추고 못 추고가 전혀 문제가 안 됐습니다. 그냥 각자 자기 방식대로 흔들리고 있었고, 그 순간에 묘한 해방감이 있었습니다. 저도 그 안에 있었고요.
취업 준비를 하던 시절에는 ITZY 노래가 조금 다르게 들렸습니다. 스펙과 학점과 자격증으로 계속 비교당하는 구조 속에서, 저는 꽤 많이 흔들리던 시기였거든요. 그때 ITZY 노래를 들으면 잠깐이나마 그 비교들이 흐릿해지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그게 노래가 주는 기능이 아니라 메시지가 주는 감각이었다고 지금은 생각합니다.
퍼포먼스 측면에서 이 팀은 상당히 특이한 포지션에 있습니다. 군무의 에너지가 매우 강한데, 단순히 기술이 좋다는 느낌보다 팀 전체가 같은 방향을 보고 있다는 느낌이 먼저 옵니다. 무대를 볼 때 음악보다 '힘'이 먼저 전달되는 경험, 이 팀 무대에서는 그게 꽤 일관되게 나타납니다.
다만 솔직히 말하면, 이 메시지가 계속 반복될 때의 한계도 느낍니다. 자기확신이라는 주제가 워낙 강하다 보니, 거기서 벗어나는 감정의 폭이 좁게 느껴질 때가 있거든요. 실제로 지금 직장을 다니면서 ITZY 노래를 들으면, 예전과는 다르게 약간 씁쓸한 감각도 함께 옵니다. "나는 나다"라고 말하기가 현실에서는 쉽지 않다는 걸 아는 나이가 됐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조직 안에서는 어느 정도 타협이 필요하고, 완전히 나답게만 살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그 노래들이 지금도 위로가 됩니다. '아, 저럴 때가 있었지'라는 회상과, '지금도 저렇게 살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동시에 밀려오는 방식으로요.
그리고 가끔은 이런 생각도 합니다. 멤버들의 저 당당함이 진짜일까, 아니면 만들어진 이미지일까. 그런데 결국 그 질문의 답보다는, 그 메시지가 듣는 사람에게 실제로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저한테도 그랬던 것처럼요.
ITZY의 세대코드
오사카 여행 중에 길거리 상점에서 ITZY 노래가 나오고 있었는데, 현지 학생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따라 부르고 있었습니다. 그걸 보면서 이 팀의 메시지가 한국 청춘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언어가 달라도 통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거요.
케이팝이 글로벌하게 퍼진다는 말은 이제 새삼스럽지도 않지만, ITZY의 경우는 그 이유가 조금 더 구체적이라고 봅니다. '나는 나다'라는 메시지는 사실 국경과 무관하게 10대에서 20대 초반이라면 누구나 어느 시점에 한 번쯤 필요로 하는 말이거든요. 자기 정체성을 정의하려는 시기, 타인의 시선이 가장 무겁게 느껴지는 시기. 그 감각은 어디서든 비슷합니다.
친구들이랑 이런 얘기를 한 적도 있습니다. "요즘 애들은 우리 때보다 더 당당한 것 같지 않냐"는 말이 나왔을 때, 자연스럽게 ITZY 얘기가 나왔습니다. 저는 그게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팀은 단순한 걸그룹을 넘어서, 특정 세대가 자기 자신을 정의하는 방식을 음악으로 가장 직접적으로 표현한 팀으로 기억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문화적 코드로 자리 잡은 팀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닐 수 있다는 거죠.
이번 5월 컴백이 흥미롭게 느껴지는 것도 그 맥락에서입니다. 역주행 열풍이 한창인 타이밍에 새 앨범을 예고했으니, 팬덤 밖에서도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여기서 저는 한 가지를 더 지켜보고 싶습니다. 신보가 기존의 '자기확신' 노선을 그대로 이어갈지, 아니면 감정의 폭을 조금 넓히는 방향으로 시도할지요. 메시지의 일관성은 브랜드 자산이 되지만, 너무 오래 반복되면 예측 가능성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이 지점에서 이들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이번 컴백의 진짜 관전 포인트라고 봅니다.
월드투어가 현재 진행 중이고, 호주 멜버른 공연도 예정돼 있습니다. 무대 위에서 꾸준히 쌓아온 것들이 이번 역주행의 토대가 됐다면, 5월 신보는 그 위에 새 층을 올리는 시도가 될 겁니다. 팬덤의 반응뿐 아니라 더 넓은 대중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데이터가 나올 그 시점이 저는 꽤 궁금합니다.
ITZY가 저한테는 특별한 팀이지만, 그 특별함이 개인적인 감상에만 머물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이 팀이 만들어온 메시지가 실제로 시대를 읽어온 것이었다면, 5월 컴백은 그 연장선이자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이건 가능성의 이야기이고, 결국 음악이 나와봐야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흔들리던 시기에 저한테 '그래도 너는 너다'라고 말해준 것 같은 노래들이 있었습니다. 그 기억 때문인지, 이번 컴백 소식이 단순한 케이팝 뉴스 이상으로 느껴집니다. 5월이 기대됩니다.
참고: https://www.billboard.co.kr/editorial/news/article/itzy-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