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저는 크리스 크로스를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처음 알았습니다. 대학 시절 힙합 영상을 보다가 추천에 뜬 'Jump' 뮤직비디오를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어린애들이 옷을 거꾸로 입고 랩을 하는데, 노래가 너무 신나서 동아리 친구들한테 틀어줬더니 다 같이 따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날 이후로 술자리 단골곡이 됐죠.
1992년, 만 13살의 두 중학생이 빌보드 차트 정상을 8주간 차지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크리스 크로스라는 힙합 듀오는 당시 어른들조차 따라 하게 만든 패션과 음악으로 전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더 놀라운 건 이들을 프로듀싱한 사람도 고작 만 19살의 청년이었다는 점입니다. 이 짧지만 강렬했던 그룹의 이야기는 힙합 역사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13살 빌보드 1위
크리스 크로스는 크리스 켈리와 크리스 스미스, 두 명의 크리스가 모여 만든 그룹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만난 이들은 처음엔 별로 친하지 않았지만 금방 절친이 됐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건 이들이 원래 가수가 될 생각이 전혀 없었다는 점입니다. 크리스 켈리는 자신을 그냥 남들처럼 학교 가고 춤추고 랩 흉내만 내는 평범한 아이였다고 회상했습니다.
전환점은 1990년, 애틀랜타의 한 쇼핑몰에서 찾아왔습니다. 당시 19살이었던 프로듀서 저메인 듀프리가 쇼핑몰을 걷다가 우연히 두 크리스를 보게 된 겁니다. 저메인은 "나처럼 꾸미고 다니는 어린 애들을 여태 본 적이 없었다. 아니, 나보다 잘 입는 것 같았다"고 회상했습니다. 초등학교 5, 6학년 아이들이 신발부터 옷까지 완벽하게 스타일을 갖춰 입고 다니는 모습이 프로듀서의 눈에 띈 겁니다. 저는 이 부분이 참 흥미로웠습니다. 음악적 재능이 아니라 패션 센스로 캐스팅됐다는 게 요즘 아이돌 캐스팅과도 비슷한 면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저메인은 두 크리스의 일상을 관찰하며 더욱 놀랐습니다. 초등학생이 새벽 6시에 일어나서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만진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잖습니까. 인터뷰 영상을 보면 몸은 어린애인데 말투와 스타일은 완전히 어른 같았다고 합니다. 저메인은 확신했습니다. "얘네들은 앨범만 있으면 무조건 대박이다. 다만 문제는 얘네들 랩 실력을 어떻게 키울까"였죠.
저메인은 이들에게 직접 랩을 가르치기 시작했고, 경험을 쌓게 하려고 최대한 많은 콘서트에 데려갔습니다. 그리고 콘서트장에서 예상치 못한 영감을 얻게 됩니다. 사람들이 비트에 맞춰 점프하는 모습을 보고 아이디어를 떠올린 겁니다. 저메인은 잭슨 파이브의 'I Want You Back'과 노티 바이 네이처의 곡을 샘플링해서 'Jump'를 만들었습니다. 어린 크리스 크로스에게 잭슨 파이브의 사운드가 잘 어울린다고 판단한 거죠.
1992년 2월, 콜롬비아 레코드는 'Jump'를 발매했고 두 달 반 만에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차지했습니다. 무려 8주간 정상을 지켰고, 연간 차트에서도 3위를 기록했습니다. 마이클 잭슨도 이들의 춤을 따라 할 정도로 인기가 대단했습니다. 첫 앨범은 미국에서만 400만 장 이상 팔렸고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에 올랐습니다. 13살 중학생이 이룬 성과치고는 정말 어마어마한 기록이었습니다.
거꾸로 입은 옷
저는 처음 크리스 크로스 뮤직비디오를 봤을 때 옷을 거꾸로 입은 게 그냥 재미로 하는 건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게 전략적으로 계산된 패션이었습니다. 크리스 크로스는 데뷔 전에 런 DMC, 라킴, 어나더 배드 크리에이션 같은 선배 힙합 아티스트들을 참고했습니다. 특히 어나더 배드 크리에이션은 옷을 뒤집어 입는 걸로 유명했는데, 크리스 크로스는 여기서 영향을 받았다고 합니다.
문제는 데뷔 후였습니다. 초반엔 어린 나이와 성숙한 스타일의 조합이 매력이었지만, 막상 데뷔하고 나니 비슷한 스타일의 성인 아티스트들과 경쟁해야 했습니다. 크리스 크로스는 고민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남들과 다를 수 있을까? 그러다가 크리스 켈리가 제안했습니다. "옷을 거꾸로 입어보는 건 어때?" 실제로 거꾸로 입은 옷을 입고 쇼핑몰에 가봤더니 사람들의 시선이 쏟아졌다고 합니다. 바로 이거다 싶었던 거죠.
콜롬비아 레코드는 크리스 크로스를 가수보다 패션 모델처럼 마케팅했습니다. 거꾸로 입은 옷은 크리스 크로스의 상징이 됐고, 두 멤버의 닉네임도 '맥 대디'와 '대디 맥'으로 정해졌습니다. 이 패션은 당시 청소년 문화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습니다. 힙합이 단순히 음악이 아니라 문화라는 사실을 보여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재미있는 건 'Jump' 가사에 전략적인 디스가 들어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를 잠깐의 유행과 비교하지 말라"며 어나더 배드 크리에이션을 견제하는 가사가 있습니다. 어나더 배드 크리에이션도 어린이 힙합 그룹이었고 옷을 특이하게 입는 걸로 유명했는데, 크리스 크로스는 "우리가 제대로 랩하는 애들"이라는 이미지를 심으려 했던 겁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게 애들처럼 안 보이기 위한 전략이었다고 분석하기도 합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크리스 크로스가 단순히 귀여운 어린이 그룹이 아니라 나름의 정체성을 확립하려 했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크리스 켈리는 죽기 직전까지도 바지를 거꾸로 입고 다녔다고 합니다. 사망 전년도 인터뷰에서 "내가 바지를 거꾸로 입은 처음이자 지금까지 남아있는 마지막 사람"이라며 "이건 나한테 삶의 방식"이라고 말했습니다. 단순한 패션이 아니라 정체성이었던 거죠.
Kris Kross의 짧은 전성기
크리스 크로스의 1집 수록곡들은 모두 저메인 듀프리가 작사, 작곡했습니다. 저메인은 자신의 시선과 아이들의 시선을 적절히 섞어서 곡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Lil' Boys In Da Hood'는 길거리 흑인들의 삶을 어린이의 시점에서 풀어낸 곡입니다. 저메인은 "아이들이 후드의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다"며 크리스 크로스가 젊은 세대의 대변인이 되길 바랐다고 합니다. 반면 'Jump' 같은 곡은 스쿨버스를 놓쳐서 학교에 가는 익숙한 이야기를 담아 큰 공감을 얻었습니다.
크리스 크로스의 인기 요인 중 하나는 건전함이었습니다. 욕설 한 마디 없이 어른과 어린이의 이야기를 모두 전달하니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았습니다. 기자가 어린이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있냐고 묻자, 멤버들은 "학교에서 착하게 살고, 문제 일으키지 말고, 하고 싶은 걸 하라"고 답했습니다. 이런 긍정적인 이미지가 크리스 크로스의 성향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전성기는 짧았습니다. 1993년에 나온 2집은 1집보다 거친 면모를 보여줬습니다. 멤버들은 나이가 들면서 다른 방식으로 생각을 표현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지만, 당시 유행하던 갱스터 랩의 영향도 분명히 있었을 겁니다. 일부 팬들은 기존 크리스 크로스의 이미지가 깨진다며 아쉬워했습니다.
크리스 크로스는 이후로도 저메인과 함께 활동했지만, 단 한 장의 앨범만 더 내고 사실상 활동을 마무리했습니다. 1996년 고등학교 2학년 때 3집을 낸 게 마지막이었고, 2002년 4집 컴백 예고는 무산됐습니다. 그 사이 저메인 듀프리는 소 소 데프 레코드를 설립하고 수많은 스타들을 프로듀싱하며 성공 가도를 달렸습니다.
멤버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음악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지만, 스타에 대한 미련은 크지 않았습니다. 크리스 켈리는 음악 엔지니어링을, 크리스 스미스는 마케팅과 비즈니스 매니지먼트를 공부하며 각자의 길을 걸었습니다. 켈리는 "우리는 커리어가 이렇게 빨리 꺼질 줄 몰랐지만, 명성을 노리고 들어간 건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원래 가수를 할 생각도 없었던 사람들이니까요.
2013년, 크리스 크로스는 소 소 데프 레코드 20주년 기념으로 재결합 공연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이게 마지막이 됐습니다. 공연 두 달 뒤 크리스 켈리가 마약 과다 복용으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입니다. 남은 멤버 크리스 스미스는 현재 패션 브랜드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는 가끔 옛날 음악을 들으면 지금보다 훨씬 단순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그 단순함이 오히려 더 강렬한 에너지를 만들어냅니다. 크리스 크로스는 제게 순수하게 재미있는 힙합을 떠올리게 합니다. 복잡한 가사나 철학보다는 에너지와 재미에 집중한 음악이죠.
비평적으로 보면 크리스 크로스는 힙합의 순수한 즐거움을 상징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음악은 무겁지 않고 진지하지도 않습니다. 대신 젊음의 에너지가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반항이나 사회비판이 아닌, 단순히 뛰어오르고 싶게 만드는 음악. 그게 크리스 크로스의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짧은 전성기였지만, 그들이 남긴 흔적은 여전히 힙합 역사에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