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uren Wood의 히트곡 "Fallen"은 1990년 영화 '프리티 우먼' 사운드트랙에 수록되어 300만 장 이상 판매되는 성공을 거뒀습니다. 그런데 이 곡을 처음 들어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황하게 됩니다. 화려한 편곡도, 강렬한 보컬 테크닉도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노래를 대학교 2학년 시험 기간에 처음 들었습니다.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집중이 안 돼서 유튜브에 "old love songs"를 검색했는데, 알고리즘이 추천해준 곡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조용한 발라드라고 생각했는데, 묘하게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요즘 팝송처럼 강한 비트도 없는데 이상하게 집중이 됐고, 특히 후렴 부분에서 느껴지는 감정이 굉장히 섬세했습니다.
20년 경력의 Lauren Wood가 한 곡으로 기억되는 이유
Lauren Wood는 피츠버그 출신으로 사이키델릭 록 밴드 레베카 앤 더 서니브룩 파머스에서 음악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청키라는 예명으로 사촌 노비와 함께 청키, 노비 앤 어니를 결성해 1976년 데뷔 앨범을 발표했고,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한 뒤에는 퓨전 밴드 프리웨이 필하모닉에서도 활동했습니다.
1979년 워너 브라더스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데뷔 앨범을 발표했을 때, 그녀는 이미 다양한 장르를 경험한 뮤지션이었습니다. 이 앨범에 수록된 마이클 맥도널드와의 듀엣곡 "Please Don't Leave"는 빌보드 싱글 차트 30위권, 어덜트 컨템포러리 차트 5위권에 진입하며 상업적 성공을 거뒀습니다. 이 곡 역시 절제된 편곡과 감성적인 보컬이 특징이었는데, 이미 그때부터 그녀만의 스타일이 확립되어 있었던 셈입니다.
하지만 후속 앨범 이후 그녀는 한동안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대신 작곡가로 활동하며 글래디스 나이트, 필립 베일리, 셰어, 더스티 스프링필드, 애니모션 등 수많은 가수들에게 곡을 제공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흥미롭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뮤지션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위해 노력하는 반면, 그녀는 오히려 뒤에서 음악을 만드는 일에 집중했으니까요.
그 기간 동안 그녀는 텔레비전 광고와 다른 아티스트들의 세션 보컬로도 활동했고, 에드 우드 영화를 패러디한 작품을 공동 각본 및 감독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반려묘 사진을 바탕으로 한 카드 회사 '캣 트릭스'를 설립해 성공을 거두기도 했습니다. 이런 다양한 활동을 보면 그녀는 단순히 가수가 아니라 창작자에 가까웠던 것 같습니다.
Fallen이 특별한 진짜 이유: 절제미
1990년 "Fallen"이 영화 '프리티 우먼' 사운드트랙에 실렸을 때, 이 곡은 성인 취향의 라디오에서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조니 매티스, 래리 코리엘, 니콜렛 라슨 등 여러 가수들이 커버했는데, 이는 곡 자체가 가진 보편적인 감정선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저는 이 곡을 처음 듣고 가장 놀랐던 부분이 그 '조용함'이었습니다. 현대 팝 음악은 대부분 첫 5초 안에 청취자의 귀를 사로잡으려고 합니다. 그런데 "Fallen"은 정반대입니다. 피아노 중심의 단순한 편곡으로 시작해서, 보컬이 마치 숨을 고르듯 조심스럽게 이어집니다. 과장된 감정 표현 대신 고백 같은 분위기를 만드는 거죠.
Lauren Wood의 보컬 스타일은 기술적으로 화려하지 않습니다. 높은 음역대를 과시하거나 복잡한 멜리스마를 구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목소리에는 묘한 친밀함이 있습니다. 마치 스튜디오에서 녹음된 노래가 아니라 바로 옆에서 조용히 이야기하듯 들립니다. 많은 가수들이 청중을 압도하려고 하지만, 그녀의 음악은 오히려 청중을 조용히 끌어당깁니다.
제가 대학교 동아리에서 이 노래 이야기가 나왔을 때, 다들 비슷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 노래 왜 이렇게 분위기가 좋지?"라는 말이었습니다. 누구도 "보컬이 대단하다"거나 "편곡이 화려하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모두가 그 분위기, 그 감정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이 곡이 특정 시대의 트렌드에 강하게 묶여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1980년대 팝 음악은 종종 신시사이저와 화려한 프로덕션으로 기억되지만, Lauren Wood의 음악은 훨씬 절제되어 있습니다. 그 덕분에 지금 들어도 크게 낡지 않고 여전히 섬세하고 따뜻한 느낌을 줍니다.
대중의 기억 속에 남는 방식
"Fallen"의 성공 이후 Lauren Wood는 작곡가로서의 경력을 더욱 탄탄하게 다졌고, 자신의 레코드 레이블 '배드 아트'를 설립했습니다. 1998년에는 1981년 이후 첫 솔로 앨범을 발표했는데, 이 앨범에는 "Fallen"의 원곡을 비롯해 다른 아티스트들이 불렀던 곡들과 신곡들이 수록되었습니다. 최근에는 TV 시리즈 '저스트 슛 미'의 주제곡을 부르기도 했습니다.
저는 직장을 다니기 시작한 이후 이 노래를 들을 때 느낌이 또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그냥 감성적인 노래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조금 더 현실적인 감정이 느껴집니다. 특히 퇴근길 지하철에서 이 노래를 들으면 하루 동안 있었던 일들이 천천히 정리되는 느낌이 있습니다.
Lauren Wood의 경우를 보면 대중음악이 항상 크고 화려할 필요는 없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어떤 음악가는 수십 곡의 히트곡으로 기억되지만, 어떤 음악가는 단 하나의 노래로도 대중의 감정 속에 오래 남습니다. 그녀는 분명 후자에 속합니다.
제가 대학 시절 밤에 혼자 걸어갈 때 이 노래를 자주 들었습니다. 학교 기숙사에서 도서관까지 가로등이 드문드문 있는 조용한 길을 걸으면서 이어폰으로 "Fallen"을 틀어놓으면 괜히 감성적인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학생이 되면 뭔가 인생이 크게 바뀔 것 같았는데, 실제로는 그렇게 드라마틱한 일들이 생기지 않는다는 걸 조금씩 깨닫던 시기였습니다.
그래서 그녀의 음악은 거대한 스타의 디스코그래피처럼 느껴지기보다는, 한 권의 조용한 일기장 같은 느낌을 줍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커다란 사건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 안에는 분명한 감정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Lauren Wood의 음악은 저에게 거대한 사건과 연결된 음악이라기보다, 조용한 순간들과 함께 기억되는 음악입니다. 특별한 일이 있었던 날이 아니라 그냥 평범한 하루의 끝에서 들었던 노래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음악은 제 대학 시절의 밤 공기 같은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만약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분이 Lauren Wood를 처음 알게 되었다면, "Fallen"을 한번 들어보시길 추천합니다. 다만 아침 출근길보다는 밤에 조용히 혼자 있을 때 들어보시는 걸 권합니다. 그때 이 곡의 진짜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 https://www.allmusic.com/artist/lauren-wood-mn0000142106#bi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