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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l Nas X의 정체성 (밈 전략, 빌보드, 커밍아웃)

by oasis 2026. 2. 25.

화려한 의상의 릴 나스 엑스 (Lil Nas X)

 

밈 하나로 성공한 가수가 정말 오래갈 수 있을까요? 저도 처음엔 그냥 인스타그램 짧은 영상에서 웃고 넘긴 게 전부였습니다. 카우보이 컨셉에 트랩 비트를 얹은 'Old Town Road'는 장난처럼 보였죠. 그런데 이 사람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정체성을 무기 삼아 팝 씬 전체를 뒤흔들어 놓았습니다.

Lil Nas X는 1999년 미국 애틀랜타에서 태어났습니다. 6살 때 부모님이 이혼했고, 처음엔 엄마와 살았지만 엄마의 헤로인 중독이 심해지면서 9살 때 아빠 쪽으로 가게 됩니다. 그 이후론 엄마와 연락조차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학창 시절엔 수학을 좋아하는 똑똑한 학생이었다는데, 10대 중반 들어서면서 본인도 예상치 못한 내면의 혼란을 겪습니다. 남자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기 시작한 겁니다.

밈 전략으로 시작된 Lil Nas X의 Old Town Road 탄생

기독교 집안에서 자란 그는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아버지는 동성애를 악마의 저주라고 생각했고, 학교에선 커밍아웃한 친구들이 괴롭힘당하는 걸 직접 봤으니까요. 그래서 그는 현실 대신 인터넷으로 도피했습니다. 당시 막 떠오르던 밈 문화에 빠져들면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를 돌아다니며 밈을 만들고 공유하는 걸 즐겼습니다. 나중엔 밈 전문가 수준이 됐다고 하더군요.

2018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한 그는 여름방학 동안 심심풀이로 음악을 만들어봅니다.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린 첫 곡 'Shame'은 전형적인 애틀랜타 트랩 스타일이었습니다. 808 베이스로 도배되어 있고, 게이라는 정체성은 철저히 숨긴 갱스터 랩이었죠. 그런데 반응이 생각보다 좋았습니다. 그는 음악이 자기 길이라 확신하고 아빠를 설득한 뒤 대학을 그만둡니다.

집을 나와 여동생 집 바닥에서 자면서 알바와 음악을 병행하던 어느 날, 유튜브에서 비트를 찾다가 영키오라는 무명 비트메이커의 'Old Town Road' 타입 비트를 듣게 됩니다. 그 순간 그의 머릿속엔 시골 풍경과 말이 뛰노는 장면이 떠올랐고, 동시에 '이거 밈으로 만들면 대박이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합니다. 30달러를 주고 비트를 사서 한 달 동안 방에 틀어박혀 가사를 썼습니다. 목표는 명확했습니다. 히트곡이 아니라 재미있는 밈을 만드는 것.

저는 그의 이런 접근이 정말 영리했다고 봅니다. 당시 트위터에서 밈 계정을 운영하며 사람들이 뭘 원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던 그는, 일부러 웃긴 요소를 골라 넣었습니다. 그런데 이 곡 안에는 슬픈 자화상도 담겨 있었습니다. 비트를 처음 들었을 때 재미있는 밈과 함께 우울한 카우보이의 모습도 떠올랐다고 하더군요. 그 카우보이가 힘차게 달리길 바랐던 겁니다.

예상대로 곡은 인기를 끌기 시작했습니다. 틱톡 유저들이 챌린지를 만들면서 다른 SNS로 퍼졌고, 스포티파이의 바이럴 차트에도 올랐습니다. 이때 콜롬비아 레코즈 CEO가 직접 DM을 보내 계약을 제안했고, 그렇게 메이저 레이블과 손을 잡게 됩니다.

빌보드 컨트리 차트 논란과 19주 연속 1위

그런데 여기서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집니다. 빌보드가 'Old Town Road'를 컨트리 차트에서 제외한 겁니다. 이유는 "컨트리 요소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문제는 당시 트랩 비트를 쓴 다른 컨트리 곡들은 차트에 그대로 있었다는 점입니다. 이 결정이 나오자 미디어와 대중은 들끓었습니다. 흑인 아티스트라서 차트에서 뺀 거 아니냐는 인종차별 논란이 불거진 겁니다.

빌보드는 인종차별적 결정이 아니라고 못 박았지만, 이미 여론은 Lil Nas X 편이었습니다. 솔직히 그 입장에선 이 논란이 나쁠 게 없었을 겁니다. 프로모션이 시원찮던 신인인데 언론에서 계속 이름을 언급해주고, 인종차별의 피해자처럼 비춰지면서 동정표도 받았으니까요. 논란이 커질수록 곡은 더 유명해졌습니다.

이때 그가 기름을 붓습니다. 유명 컨트리 가수 빌리 레이 사이러스를 피처링으로 추가한 겁니다. 컨트리 진영에서 까인 곡에 컨트리 거물이 참여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된 거죠.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Old Town Road'는 빌보드 핫 100에서 1위를 차지했고, 이후 19주 연속 1위라는 역대 최장기간 기록을 세웁니다.

저는 이 전략이 단순히 운이 좋았다기보단, 그가 얼마나 대중 심리를 잘 읽는 사람인지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밈 문화에 익숙한 세대가 이제 메인 소비층이 된 타이밍에, SNS를 통한 바이럴 마케팅과 논란을 적절히 활용한 겁니다. 그리고 그는 이 인기를 일회성으로 끝내지 않았습니다.

커밍아웃과 종교 도발로 완성된 정체성

2019년 6월, 그가 프라이드 먼스 마지막 날 트위터에 무지개 이모지를 올리며 커밍아웃을 합니다. 한창 'Old Town Road'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는 10대 시절의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우리가 절대 공개적으로 커밍아웃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도 알고 있어. 하지만 이건 분명 다른 퀴어들에게 도움이 될 거야."

저는 그의 'Montero' 라이브를 보면서 완전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처음엔 그냥 밈으로 재미있게 소비했던 가수였는데, 무대를 보니 "와, 이렇게까지 할 수 있구나" 싶더군요. 도발적인데도 묘하게 당당했습니다. 음악이 사회적 메시지가 될 수 있다는 걸 체감한 순간이었습니다. 그냥 재미가 아니라, 선언처럼 느껴졌습니다.

'Montero(Call Me By Your Name)' 뮤직비디오에서 그는 폴 댄스를 추며 지옥으로 내려가 사탄의 무릎 위에서 랩 댄스를 춥니다. 기독교 상징을 정면으로 비틀고, 그간 동성애자를 억압하던 종교를 오히려 자신의 사랑을 축하하는 도구로 역이용한 겁니다. 콜드플레이의 크리스 마틴도 어릴 때 동성애가 죄라고 교육받아 혼란스러웠다고 했듯이, 기독교 가치관이 많은 이들을 옷장 속에 가둔 건 사실입니다.

Lil Nas X는 그걸 정면으로 깹니다. 아름답게 포장된 게이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욕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줬습니다. 더럽고 역겹다는 저주부터 솔직하고 용기 있다는 응원까지 양극단의 반응이 나왔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습니다. 그는 게이들의 아이콘이 되고, 그들의 창과 방패가 되길 선택했습니다.

저는 그가 매우 똑똑하다고 봅니다. 대중이 어떻게 반응할지 계산하면서도, 결국 자신의 서사를 잃지 않습니다. 밈으로 시작해서 정체성 정치까지 확장하는 과정이 전략적이면서도 진정성 있게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그는 팝이 단순한 오락을 넘어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는 걸 증명했습니다.

Lil Nas X는 인터넷 시대가 낳은 가장 전략적인 팝 아이콘입니다. 'Old Town Road'로 시작된 밈 문화는 단발성 유행처럼 보였지만, 그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정체성을 전면에 내세우며 팝을 하나의 문화적 논쟁의 장으로 확장했습니다. 그는 도발을 두려워하지 않지만, 그 도발은 공허하지 않습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솔직함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그가 어떤 음악을 들려줄지 기대됩니다. 데뷔 앨범 이후에도 계속 자전적이면서 파격적인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는 그의 다음 무브가 궁금합니다. 밈에서 시작해 사회적 메시지까지 확장한 이 아티스트가, 이제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참고: https://youtu.be/8rAFJVg7yMA?si=FxccC52jRuFVIUT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