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저는 힙합을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밤, 유튜브가 추천해준 1994년 라이브 영상 하나가 제 생각을 완전히 바꿔놨습니다. 조명이 어두운 무대에서 한 래퍼가 조용히, 그러나 강렬하게 랩하는 모습. 소리를 지르지 않는데도 귀가 열리고 집중하게 되는 힘이 있었습니다. 그게 Nas였고, 그날 이후 저는 출근길 지하철에서 그의 음악을 반복해서 들었습니다.
Illmatic, 뉴욕 거리를 담은 다큐멘터리
1994년 4월에 발매된 데뷔 앨범 Illmatic은 단순한 음반이 아니었습니다. 뉴욕 퀸즈브리지의 공기를 통째로 봉인한 기록에 가까웠습니다. DJ Premier, Pete Rock, Large Professor 같은 당대 최고 프로듀서들이 만든 비트 위에서, 당시 20대 초반이었던 Nas는 거리의 회색빛 현실과 내면의 독백을 시처럼 엮어냈습니다.
제가 처음 이 앨범을 들었을 때 느낀 건, 이건 과시가 아니라 고백이라는 점이었습니다. 화려한 성공담 대신, 8학년 때 학교를 중퇴하고 거리로 향했던 한 청년의 솔직한 관찰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의 랩은 소리를 질러 설득하기보다, 낮은 톤으로 사실을 나열하며 듣는 이를 천천히 잠식했습니다. 마치 낡은 벽돌 건물 사이를 걸으며 혼잣말을 듣는 느낌이었습니다.
대학교 때 밴드동아리 친구랑 힙합 세션을 한 적이 있었는데, 저는 가사 대신 Nas의 플로우를 흉내 내보겠다고 했다가 다들 웃었습니다. 그래도 그때 처음 깨달았습니다. 힙합도 록만큼 뜨거울 수 있다는 걸.
Jay-Z와의 라이벌, 그리고 부활
1997년 Notorious B.I.G.의 사망 이후, 뉴욕 힙합 신의 왕좌는 공석이 되었습니다. 그 자리를 두고 Nas와 Jay-Z는 치열하게 경쟁했습니다. 특히 2001년 Jay-Z가 자신의 명반 The Blueprint에서 "Takeover"로 Nas를 직접 비난하면서, 두 사람의 대립은 정점에 달했습니다.
Nas는 같은 해 12월 앨범 Stillmatic으로 응답했습니다. 첫 트랙 "Ether"는 Jay-Z를 정면으로 겨냥한 곡이었고, 거리에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저는 이 시기 Nas의 음악을 들으면서, 그가 단순히 상대를 공격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공격적이되 천박하지 않고, 차분하지만 결코 약하지 않은 태도였습니다.
이후 God's Son(2002)과 Street's Disciple(2004) 같은 앨범을 통해 Nas는 명예를 회복했습니다. 놀랍게도 2005년에는 Jay-Z의 콘서트에 깜짝 출연해 화해했고, 이는 Nas가 Def Jam 레코드와 계약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King's Disease, 중년의 성찰
2020년 이후 Nas는 프로듀서 Hit-Boy와 함께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했습니다. King's Disease 시리즈는 세 장 모두 그래미상 후보에 올랐고, 첫 번째 앨범은 최우수 랩 앨범상을 수상했습니다. 얼마 전 저는 King's Disease 바이닐을 하나 샀는데, 괜히 책상 위에 올려두면 제가 좀 더 단단해진 기분이 듭니다.
이 시리즈에서 Nas는 부와 성공, 책임과 후회를 성찰합니다. 젊은 날의 날것 같은 분노와는 다른, 중년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계가 담겨 있습니다. 그는 과거의 전설에 머물지 않고 현재진행형으로 진화했습니다. 2023년까지 Magic 시리즈 세 장을 추가로 발표하며, Hit-Boy와의 협업을 마무리했습니다.
문학적 가사와 품격
Nas를 떠올리면 늘 "정직한 힙합"이라는 말이 먼저 나옵니다. 그의 가사는 특히 문학적입니다. 복잡한 라임 구조 속에서도 이야기의 결을 놓치지 않고, 인물과 배경, 감정의 온도를 세밀하게 그려냅니다. 그는 스스로를 영웅으로 포장하기보다, 시대의 한 장면을 기록하는 관찰자로 남습니다.
제가 느끼는 Nas의 진짜 매력은 '품격'입니다. 유행을 좇기보다 본질을 파고들었고, 그래서 그의 음악은 시간이 흘러도 낡지 않습니다. 물론 커리어 전반이 늘 완벽했던 것은 아닙니다. 실험과 상업적 시도 속에서 기복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작품들을 통해 다시금 증명했듯, 그는 여전히 현역입니다.
2025년에는 DJ Premier와 거의 20년 동안 준비해온 Light-Years를 발매하며, 또 한 번 힙합 팬들의 기대에 부응했습니다. Nas를 들을 때마다, 저는 음악을 듣는다기보다 한 권의 도시 연대기를 읽는 기분이 듭니다. 그는 힙합이 단지 비트 위의 허세가 아니라, 한 세대의 기록이자 시가 될 수 있음을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참고: https://www.allmusic.com/artist/nas-mn0000373634#bi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