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렬한 음악이 반드시 시끄럽고 빨라야 할까요? 저는 REO Speedwagon을 처음 제대로 들었을 때, 이 질문의 답이 '아니다'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혼자 늦은 밤 운전하던 날, 라디오에서 'Keep On Loving You'가 흘러나왔습니다. 그 순간 이상하게도 제가 과거의 누군가에게 아직도 미련을 가지고 있다는 걸 인정하게 됐습니다.
REO Speedwagon은 1970년대 하드록으로 시작해 1980년대 파워발라드로 정점을 찍은 밴드입니다. 그들의 여정은 단순한 음악 스타일 변화가 아니라, 진정한 강렬함이 무엇인지 고민한 흔적이었습니다.
하드록에서 벗어나지 못한 10년
1971년 데뷔 앨범을 냈을 때, REO Speedwagon은 전형적인 블루스 기반 하드록 밴드였습니다. 일리노이 대학 기숙사에서 만난 닐 도티와 앨런 그레이처가 결성한 이 밴드는, 1915년 출시된 픽업트럭 'REO 스피드 왜건'에서 이름을 따왔습니다. 교통의 역사 수업 시간에 칠판에 적힌 이 이름을 본 닐이 밴드명으로 제안했고, 자동차 회사와 구분하기 위해 철자를 약간 바꿨다고 합니다.
1970년 기타리스트 게리 리치레스가 합류하면서 밴드는 본격적인 프로페셔널 레벨로 올라섰습니다. 게리는 "무조건 이 팀에 들어올 거야"라며 자신감 넘치게 등장했고, 실제로 그의 작곡 능력과 기타 실력은 밴드를 중서부 지역 인기 밴드로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습니다.
데뷔 앨범부터 1975년 다섯 번째 앨범까지, REO Speedwagon은 탄탄한 실력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저는 이들의 초기 앨범을 들으며 한 가지를 깨달았습니다. 좋은 콘텐츠를 가지고 있어도, 너무 전형적이면 묻힌다는 것입니다. 당시 하드록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였고, REO Speedwagon의 음악은 그 바운더리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잦은 보컬리스트 교체였습니다. 데뷔 앨범의 테리 래트럴은 게리와의 음악적 견해 차이로 곧 팀을 떠났고, 시카고의 뮤지션스 리퍼럴 서비스를 통해 게리가 찾아낸 케빈 크로닌이 두 번째 보컬리스트로 합류했습니다. 흥미로운 건, 게리가 전화로 문의했을 때 자신의 밴드명을 숨기려 했지만 결국 밝혔고, 약속 장소에 갔더니 전화를 받았던 그 사람이 바로 새 보컬리스트 케빈이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케빈 역시 1973년 세 번째 앨범을 앞두고 게리와의 마찰로 팀을 떠났습니다. 케빈은 나중에 이렇게 회상했습니다. "우리 둘 다 성숙하지 못했어요. 창작 과정에서 의견 충돌이 생기면 그걸 전화위복으로 삼았어야 하는데,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그저 싸우기만 했죠." 저는 이 말이 참 솔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예술적 갈등을 어떻게 봉합해야 하는지 모르는 젊음의 한계를 인정한 거니까요.
REO Speedwagon는 파워발라드라는 해답을 찾았다.
1976년 케빈 크로닌이 4년 만에 복귀하면서 REO Speedwagon의 음악은 확실하게 변화했습니다. 여섯 번째 앨범부터 블루스와 하드록이라는 무거운 라벨을 떼어버리고, 라디오 친화적인 발랄한 음악을 시도했습니다. 1977년 라이브 앨범 'Live You Get What You Play For'에 수록된 'Ridin' the Storm Out' 라이브 버전이 빌보드 싱글 차트 94위로 데뷔 7년 만에 처음 진입했고, 라이브 앨범은 밴드 최초의 플래티넘을 기록했습니다.
1978년 발매된 일곱 번째 앨범 'You Can Tune a Piano, but You Can't Tuna Fish'는 REO Speedwagon 디스코그래피의 전환점이었습니다. 피아노 튜닝 포크를 입에 물고 있는 물고기 이미지의 재치 있는 커버부터, 'Roll with the Changes', 'Time for Me to Fly', 'Blazin'' 같은 곡들은 더 이상 과거의 하드록 밴드가 아닌 새로운 REO Speedwagon을 보여줬습니다. 앨범은 더블 플래티넘에 빌보드 29위까지 올랐습니다.
하지만 1979년 아홉 번째 앨범 'Nine Lives'에서 다시 하드록으로 회귀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을 때, 케빈 크로닌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고 합니다. "진정한 강함이란 무엇인가?" "굳이 빠르고 시끄럽게 연주하지 않아도 파워풀한 노래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바로 이 질문이 80년대 스타일 파워발라드를 정립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저는 REO Speedwagon의 노래를 들으면 늘 '고집'이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고집, 자존심을 쉽게 내려놓지 못하는 고집. 어릴 땐 그게 멋있어 보였고, 나이가 들수록 그게 얼마나 상처를 남기는지도 알게 됐습니다. 특히 'Can't Fight This Feeling'을 들을 때면, 제가 한때 말하지 못했던 감정들이 떠오릅니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끝까지 부정했던 마음들 말입니다.
아레나록의 정점, Hi Infidelity
1980년 11월 발매된 'Hi Infidelity'는 REO Speedwagon의 모든 것을 바꿔놓았습니다. 총 15주에 걸쳐 빌보드 앨범 차트 1위, 수록곡 'Keep on Loving You' 빌보드 1위, 'Don't Let Him Go' 24위, 'In Your Letter' 22위를 기록했습니다. 1981년 최다 판매 앨범이라는 타이틀까지 거머쥔 이 작품으로, REO Speedwagon은 지난 10년간의 고생을 단숨에 보상받았습니다.
앨범 타이틀과 커버에는 재치 있는 의미가 숨어 있습니다. 원래 'In Hi fidelity'는 상대방에게 신의를 다하거나 정절을 지킨다는 뜻이지만, 'Hi Infidelity'로 살짝 장난을 쳐서 연인이나 부부간의 부정을 나타냈습니다. 앨범 커버 사진 속 공간이 가정 내 부부의 침실이 아님을 암시하고, 남성이 하이파이 오디오를 만지고 있는 모습으로 이 앨범의 사운드가 이전 작품들보다 진일보했다는 걸 표현했습니다.
70년대 앨범과 'Hi Infidelity'를 연달아 들어보면, 첫 번째 트랙 'Don't Let Him Go'부터 마치 인간 자체가 리마스터된 듯한 사운드를 들을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앨범을 처음 들었을 때 충격을 받았습니다. 같은 밴드 맞나 싶을 정도로 사운드의 질감이 달랐거든요. 거대한 공연장에서 수천 명이 함께 따라 부를 수 있는 스케일을 유지하면서도, 개인의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낸 균형감이 놀라웠습니다.
흥미로운 건 이 앨범의 히트곡 중 무려 3곡이 밴드 멤버들이 직접 겪은 상실의 스토리를 담고 있다는 점입니다. 'Keep on Loving You'는 전형적인 파워발라드처럼 들리지만, 그 안에는 상처 입은 자존심과 끝까지 붙잡으려는 집요함이 들어 있습니다. 케빈 크로닌의 보컬은 날것의 감정에 가깝습니다. 세련되게 다듬기보다는 그대로 쏟아낸다는 느낌이죠. 그래서 때로는 과장된 듯하지만, 그 과장이야말로 80년대 록의 미학이었습니다.
저는 그들의 음악을 들으며 깨달았습니다. 감정을 숨기는 게 성숙이 아니라는 걸. 때로는 유치하게 보일 만큼 솔직해지는 게 더 용기일지도 모른다는 걸 말입니다. REO Speedwagon은 내 안의 솔직하지 못했던 시간을 들춰냅니다. 그들의 음악은 화려한 아레나 록이지만, 제게는 오히려 혼자 있는 순간을 더 선명하게 만듭니다.
비평적으로 보자면, REO Speedwagon은 혁신적인 실험을 한 밴드는 아닙니다. 하지만 그들은 '공감'이라는 가장 강력한 무기를 지녔습니다. 사랑과 이별, 자존심과 후회라는 보편적 감정을 직설적으로 노래했고, 그 직선적인 태도가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아레나 록의 거대한 스케일 속에서도 감정의 중심은 늘 개인에게 있었습니다.
저는 REO Speedwagon의 음악을 들으면 스포츠 경기장의 함성과 함께 혼자 이어폰을 끼고 듣던 밤이 동시에 떠오릅니다. 집단의 열기와 개인의 감정이 겹치는 지점. REO Speedwagon은 그 경계를 자연스럽게 넘나듭니다. 그들의 음악은 거대하지만, 결국은 개인의 이야기입니다.
REO Speedwagon의 여정은 결국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었습니다. 하드록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10년, 파워발라드라는 해답을 찾은 순간, 그리고 아레나 록의 정점에 선 'Hi Infidelity'까지. 그들은 빠르고 시끄러운 음악 대신 느리지만 더 강렬한 감정을 선택했고, 그 선택은 옳았습니다. 지금도 늦은 밤 운전할 때 그들의 노래가 흘러나오면, 저는 여전히 과거의 어떤 감정을 인정하게 됩니다. 그게 바로 REO Speedwagon이 가진 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