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T.O.P. 데뷔 20년만에 정규 앨범으로 돌아오다. (무게, 다중관점, 가능성)

by oasis 2026. 3. 26.

신규 앨범 발표를 예고한 T.O.P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오랜만에 돌아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여러분은 어떤 감정이 먼저 드시나요? 저는 T.O.P이 첫 정규 앨범을 낸다는 기사를 보는 순간, 이상하게 복잡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반가움보다는 먼저 "정말 돌아오는구나"라는 실감이 먼저 왔고, 그 다음엔 과연 어떤 음악을 들려줄지에 대한 궁금증이 밀려왔습니다. 2026년 4월 3일, T.O.P은 솔로 정규 1집 '다중관점(ANOTHER DIMENSION)'으로 본격적인 음악 활동을 재개합니다. 2006년 데뷔 이후 약 20년 만에 처음 내놓는 정규 앨범이자, 2013년 둠 다다 이후 13년 만의 솔로 활동입니다. 이 긴 공백이 만들어낼 음악적 결과물이 어떤 모습일지, 데이터와 그간의 행보를 통해 차근히 들여다보고 싶었습니다.

20년 만의 정규 앨범이 갖는 무게

T.O.P이라는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제게 가장 강렬하게 남는 건 "완성하지 않은 아티스트"입니다. 빅뱅 안에서도 그는 유독 자신만의 결을 유지하려 했던 사람이었고, 솔로 활동을 통해서도 대중성과는 조금 비껴난 실험적인 작업들을 선보였습니다. 둠 다다를 처음 들었을 때의 당혹감을 저는 아직도 기억합니다. 익숙한 K-pop 구조를 완전히 벗어난 비주얼과 사운드, 그리고 그가 보여준 퍼포먼스는 "이게 과연 대중음악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 돌아보면, 그 작업이야말로 T.O.P이라는 아티스트의 본질을 가장 잘 드러낸 순간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정규 앨범은 그가 전반적인 프로듀싱을 직접 진두지휘한 프로젝트입니다. 더블 타이틀곡인 '완전미쳤어!(Studio54)'와 'DESPERADO' 모두 그가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준비한 곡들입니다. 공개된 티저 영상만 봐도 두 곡의 결이 확연히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완전미쳤어!' 티저는 유니크한 타이포그래피와 사운드로 시선을 압도했고, 'DESPERADO' 티저는 영화적인 미장센을 통해 서사적인 접근을 예고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두 곡의 조합이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한 앨범 안에서 극과 극의 색깔을 동시에 보여주겠다는 의도가 읽혔기 때문입니다.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정규 앨범을 내지 않았다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그가 얼마나 자신의 작업에 신중했는지를 보여줍니다. 빅뱅이라는 거대한 그룹 안에서 활동하면서도, 개인 작업에서만큼은 타협하지 않으려 했던 태도가 이런 결과로 이어진 것이 아닐까요. 물론 그 사이에 여러 논란과 공백기가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순수하게 음악적 관점에서만 봤을 때, 이 긴 시간은 그가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더 깊이 파고들 수 있는 기간이기도 했을 것입니다. 저는 학창 시절 밤에 이어폰으로 그의 낮은 톤의 랩을 들으며 막연한 반항심이나 고독감을 투영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는 몰랐지만, 그 감정은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한 시기를 관통하는 정서였다는 걸 나중에야 깨달았습니다.

다중관점이라는 앨범명이 암시하는 것

'다중관점(ANOTHER DIMENSION)'이라는 앨범명은 여러 층위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가장 표면적으로는 음악적 다양성을 의미할 수도 있고, 더 깊게 들어가면 그가 지금까지 겪어온 여러 시선과 평가들을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T.O.P을 둘러싼 시선은 늘 엇갈렸습니다. 어떤 이들에게는 독보적인 예술가였고, 어떤 이들에게는 논란의 중심이었습니다. 저는 이 앨범명이 그런 복잡한 맥락들을 모두 포괄하려는 시도처럼 느껴졌습니다.

음악적으로 봤을 때, T.O.P은 K-pop 시스템 안에서 가장 자유롭게 이탈하려 했던 인물 중 하나입니다. 빅뱅이라는 그룹 자체가 실험적인 음악을 추구했지만, 그중에서도 T.O.P은 유독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둠 다다는 그 정점이었습니다. 대중성을 일부러 비껴가면서까지 자신만의 미학을 구축하려는 의지가 그 곡에는 담겨 있었습니다. 저는 그 점이 오히려 더 강렬하게 다가왔습니다. 흔히 K-pop이 시스템 속에서 만들어진다고 말하지만, T.O.P은 그 틀 안에서도 끝까지 자기 색깔을 지키려 했던 사람입니다.

이번 앨범에 수록된 두 타이틀곡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완전미쳤어!(Studio54)'는 제목부터 파격적입니다. Studio54는 1970년대 뉴욕의 전설적인 디스코 클럽을 의미하는데, 이 시대와 공간을 2026년의 T.O.P이 어떻게 재해석할지가 궁금합니다. 반면 'DESPERADO'는 영화적인 접근을 예고합니다. 티저에서 보여준 미장센은 단순한 뮤직비디오를 넘어선 서사 구조를 암시했습니다. 두 곡 모두 T.O.P이 지금까지 보여준 음악적 스펙트럼의 연장선상에 있으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차원을 열려는 시도로 보입니다.

다중관점이라는 개념은 결국 하나의 정답을 제시하지 않겠다는 선언이기도 합니다.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양하듯, 그의 음악 역시 하나의 해석으로 고정되길 거부합니다. 저는 이런 태도가 예술가로서 정직한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긴 공백기를 거친 후의 복귀작이라면, 더더욱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것을 명확히 하는 게 중요할 테니까요.

T.O.P 음악 너머의 행보와 앞으로의 가능성

T.O.P의 복귀는 음악으로만 이루어진 게 아닙니다. 그는 2023년 빅뱅 탈퇴를 공식화한 이후,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에 출연하며 연기자로 먼저 복귀했습니다. 저는 그 작품을 보면서 그의 다재다능한 능력을 재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배우로서의 T.O.P은 단순한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편견을 넘어서는 순간들을 만들어냈습니다. 특히 그의 눈빛과 정적인 연기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은, 음악 활동에서 보여주던 카리스마와는 또 다른 결이었습니다.

동창생이나 타짜 신의 손 같은 작품에서도 그는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바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의 연기에서 가장 강렬했던 부분이 대사가 아니라 침묵의 순간들이었다고 기억합니다. 말하지 않을 때 더 많은 걸 전달하는 배우, 그건 음악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T.O.P의 랩은 늘 여백을 활용했고, 그 여백이 오히려 더 강한 메시지를 만들어냈습니다.

이번 정규 앨범 컴백이 갖는 의미는 단순히 음악 활동 재개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는 이제 그룹의 일원이 아닌, 온전히 자기 이름으로 서는 아티스트입니다. 빅뱅이라는 이름 뒤에 숨을 수도, 기댈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그렇기에 이번 앨범은 더욱 중요합니다. 과연 T.O.P이라는 개인 아티스트가 어떤 음악적 정체성을 구축할 수 있을지를 보여주는 첫 시험대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의 복귀를 둘러싼 시선은 여전히 엇갈립니다. 과거의 논란들이 완전히 잊혀진 것도 아니고, 긴 공백기 동안의 행보에 대한 평가도 다양합니다.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음악과 논란을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한 아티스트가 20년 만에 내놓는 정규 앨범이라면, 그 음악 자체를 먼저 들어볼 가치는 충분하지 않을까요. T.O.P을 떠올리면, 단순한 아이돌 래퍼라는 범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는 빅뱅이라는 거대한 그룹 안에서도 독특하게 고독한 예술가 같은 결을 유지해온 인물입니다.

결국 이번 앨범이 성공하느냐 마느냐는 차트나 판매량으로만 측정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보다는 T.O.P이 지금 이 시점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얼마나 설득력 있게 풀어냈는가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에게서 느꼈던 거리감이 이번 앨범에서는 어떤 형태로 표현될지 궁금합니다.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예술가, 하지만 그래서 더 궁금해지는 존재. 그게 제가 T.O.P을 바라보는 시선입니다.

4월 3일 오후 6시, '다중관점'이 공개되면 저는 가장 먼저 이어폰을 끼고 조용히 들어볼 생각입니다. 아마 학창 시절처럼 밤에 들으면 더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13년 만의 솔로 활동, 20년 만의 정규 앨범이라는 무게를 T.O.P은 어떤 음악으로 풀어냈을까요. 적어도 그가 타협하지 않은 음악을 들려줄 거라는 기대만큼은 확실합니다. 그게 바로 제가 이 아티스트를 여전히 주목하는 이유니까요.


참고: https://www.billboard.co.kr/editorial/music/article/top-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