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자 있는 밤이 편하다고 느낀 적 있으신가요? 저는 첫 직장 다니던 시절, 좁은 원룸에서 불을 끄고 누워 The xx를 들었습니다. 하루 종일 사람들 사이에서 소모된 에너지가, 그 비어 있는 사운드 속에서 천천히 회복되는 기분이었습니다.
The xx는 소리를 더하는 대신 빼는 밴드입니다. 최소한의 기타, 낮게 깔리는 보컬, 그리고 침묵에 가까운 여백. 2009년 데뷔 이후 이들은 '조용한 음악'으로 오히려 더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화려한 무대보다 어두운 방 한구석에 어울리는 음악, 그게 바로 이 밴드의 정체성입니다.
왜 The xx는 더하지 않고 뺄까: 정반대의 매력
처음 The xx의 데뷔 앨범을 들었을 때, 저는 이상한 경험을 했습니다. 뭔가 부족한 것 같은데 오히려 그 부족함이 편안했습니다. 보통 음악은 악기와 소리를 쌓아 올려 풍성함을 만들지만, 이들은 정반대로 갔습니다.
로미와 올리버의 보컬은 서로를 향해 속삭이듯 나아갑니다. 한 사람이 한 줄을 노래하면, 다른 한 사람이 조심스럽게 받습니다. 마치 조용한 방에서 나누는 대화 같습니다. 이 긴장감은 고백 같기도 하고, 숨겨진 감정을 조금씩 꺼내는 과정 같기도 합니다.
제이미의 역할도 독특합니다. 그는 화려한 비트를 만들기보다 두 보컬 사이의 공간을 채웁니다. 최소한의 리듬과 패드만으로 분위기를 유지하는데, 이게 생각보다 어려운 작업입니다. 너무 적으면 밋밋해지고, 조금만 과하면 밴드 특유의 감성이 무너지니까요.
친구와 제주도 여행을 갔을 때, 렌터카 안에서 이들의 음악을 틀었습니다. 해안도로를 달리는데 과장되지 않은 멜로디가 바다의 수평선과 묘하게 어울렸습니다. The xx는 화려한 추억보다, 조용한 순간에 더 오래 남는 음악입니다.
데뷔작이 성공한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미니멀리즘을 극한까지 밀어붙였지만, 그 안에 은근한 활력과 흡인력 있는 멜로디가 살아있었습니다. 비어 있는 공간이야말로 가장 솔직한 감정이 드러나는 자리라는 걸 증명한 셈입니다.
2집은 왜 아쉬웠을까, 3집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솔직히 2집 Coexist는 조금 지루했습니다. 데뷔작의 미니멀리즘이 주는 긴장감 대신, 그냥 밋밋함만 남은 느낌이었습니다. 두 보컬의 정체성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듣는 재미가 사라진 거죠.
어떤 분들은 2집이 더 순수한 The xx의 모습이라고 평가하기도 하는데, 저는 그보다 '안전한 선택'에 가까웠다고 생각합니다. 데뷔작이 워낙 성공했으니 그 공식을 유지하려 했던 것 같은데, 예술에서 안전함은 가끔 독이 됩니다.
그런데 3집 I See You는 달랐습니다. 제이미가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트럼펫 사운드가 등장하고, 현악이 전면에 나오는 곡도 있었습니다. The xx에게서 이런 사운드를 들을 줄은 몰랐습니다.
특히 On Hold라는 곡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샘플링으로 정겨운 정경을 그려내면서도, 이전 시절의 간소한 멜로디는 여전히 살아있었습니다. 새로운 시도와 본래 색깔 사이의 균형이 절묘했습니다.
로미와 올리버의 보컬도 한층 풍부해졌습니다. Dangerous 같은 곡을 들어보면, 무기력함에만 머물지 않고 힘 있는 가창을 합니다. 여전히 절제된 표현이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의 밀도는 더 높아졌습니다.
실제로 이들은 2집과 3집 사이에 각자의 길을 걸었다고 합니다. 제이미는 솔로 앨범으로 큰 성공을 거뒀고, 나머지 멤버들도 자기만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관계가 소원해졌던 시기도 있었다는데, 그 경험이 오히려 3집을 더 풍부하게 만든 것 같습니다.
Test me라는 곡이 그 시기를 담고 있다고 하는데, 들어보면 확실히 다른 곡들보다 극적입니다. 멀어졌다가 다시 만난 사람들만이 만들 수 있는 감정이 느껴집니다.
3집에서 이들은 중립의 세계로 들어섰습니다. 미니멀리즘의 기조는 유지하되 사운드는 풍부해졌고, 인디 감성과 대중적 취향을 동시에 충족시켰습니다. 더 이상 힙스터들만의 밴드가 아니라, 진짜 좋은 음악을 찾는 사람들의 밴드가 된 겁니다.
제이미는 정말 밴드의 적이었을까
농담처럼 이런 얘기가 있습니다. The xx의 가장 큰 적은 제이미라고요. 그의 솔로 커리어가 너무 성공적이어서 그룹 전체에 돌아갈 스포트라이트를 혼자 가져갔다는 겁니다. 실제로 제이미의 솔로 앨범 In Colour는 정말 훌륭했습니다.
하지만 이건 단순한 농담으로만 치부할 문제는 아닙니다. The xx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여전히 로미와 올리버의 보컬입니다. 제이미는 그들을 받쳐주는 역할이죠. 그런데 솔로로 나왔을 때 그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저는 오히려 제이미의 솔로 활동이 밴드에 긍정적 영향을 줬다고 봅니다. 그가 밖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돌아왔기에, 3집이 더 풍성해질 수 있었으니까요. 만약 그가 계속 밴드에만 머물렀다면, 2집의 답답함이 계속됐을지도 모릅니다.
세 멤버는 어릴 때부터 친구였다고 합니다. 로미와 올리버는 세 살 때부터, 제이미는 열한 살 때 합류했죠. 친구끼리 음악 하다가 세계적으로 성공한 케이스입니다. 그런 관계이기에 각자의 길을 가면서도 다시 모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이미는 말이 거의 없고 수줍음이 많다고 합니다. 공연 영상을 보면 정말 그렇습니다. 로미나 올리버가 관객과 소통할 때도, 제이미는 조용히 자기 자리에서 음악에만 집중합니다. 그런데 그 조용함이 The xx라는 밴드의 본질과 닮아있습니다.
On Hold 뮤직비디오는 정말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들이 표현하고 싶었던 정감 어린 순간들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최소한의 것만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하는, The xx다운 영상입니다.
저는 2017년 여름, 이들의 국내 공연을 봤습니다. 늦은 밤, 무대 위 세 사람은 조명 아래서 자신들의 음악을 조용히 연주했습니다. 관객들도 소리 지르기보다 그냥 가만히 듣고 있었습니다. 그게 The xx를 듣는 올바른 방식 같았습니다.
The xx는 거대한 외침 대신 작은 진실을 속삭입니다. 화려함 대신 친밀함을 택했고, 그래서 혼자 듣기에 더 어울리는 음악을 만듭니다. 밤늦게 이어폰을 끼고 듣다 보면, 외로움이 조금은 정돈되는 느낌입니다.
결국 제이미는 밴드의 적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균형추였습니다. 그가 밖에서 배운 것들이 밴드를 더 풍부하게 만들었고, 동시에 밴드는 그에게 돌아올 집을 남겨뒀습니다. 이 관계가 계속 유지되길 바랍니다.
밤은 언제나 조용합니다. 그리고 The xx는 그 조용함 속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음악입니다. 비어 있는 공간이 때로는 가장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다는 걸, 이들은 음악으로 증명했습니다. 인디 팝의 흐름 속에서 미니멀리즘의 가능성을 보여준 밴드, 그게 The xx입니다.
다음에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 불을 끄고 이들의 음악을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소리를 빼는 것이 어떻게 더 풍부한 감정을 만드는지, 직접 경험하실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