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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우림, 4집,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들다 (분노, 애비로드, 라이프) 자우림이 4년 만에 정규앨범을 냈습니다. 제목은 '라이프!'(LIFE!), 11월 9일 발매입니다. 이 소식을 들었을 때 저는 잠깐 멈칫했습니다. 4년이라는 시간이 짧지 않은데, 그 사이 이 밴드가 어디쯤 가 있을지 솔직히 가늠이 안 됐거든요. 그리고 김윤아가 인터뷰에서 꺼낸 한 마디가 마음에 걸렸습니다. "더 이상 분노를 참지 않는 새로운 자아를 찾았다"는 말이요. 자우림에게서 '참지 않는다'는 표현은 낯설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더 궁금해졌습니다.자우림의 곡에서 느껴지는 기분 좋은 분노저는 자우림을 처음 들었을 때부터 이 밴드가 뭔가 특이하다고 느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에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처음 들었는데, 당시에는 그게 왜 좋은지 설명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냥 묘하게 불안하고 자유로운 느낌이 .. 2026. 4. 15.
한로로, 솔직한 감정을 가사로 전달하는 시인 (대세행보, 국어국문과, 애증)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처음 한로로 음악을 들었을 때, "좋다"는 감정보다 먼저 든 생각이 "왜 이렇게 불편하게 솔직하지?"였거든요. 보통 음악은 감정을 어느 정도 정리해서 전달합니다. 듣는 사람이 받아들이기 편하게 다듬는 과정이 있죠. 그런데 한로로의 음악은 그 과정을 생략한 것 같습니다. 정리되기 전의 감정, 아직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상태를 그대로 꺼내 놓는 느낌이랄까요.지난 10일 KBS 2TV '더 시즌즈-성시경의 고막남친'에 한로로가 출연했습니다. EP '자몽살구클럽' 수록곡 '0+0'으로 문을 열고, 새 싱글 '애증(LOVE&HATE)'의 타이틀곡 '게임 오버 ?'까지 선보였습니다. 방송 이후 여기저기서 반응이 갈렸는데, 저는 그 온도 차이 자체가 이 아티스트를 설명하는 방식 중 하.. 2026. 4. 14.
실리카겔, 2022년 대한민국 밴드 붐을 일으킨 밴드 (스페이스 공감, 여름 공연, 듣는 방법) 좋은 음악이라면 처음 들었을 때 바로 좋아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한동안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실리카겔을 만나고 나서 그 생각이 완전히 뒤집혔습니다.처음 들었을 때 솔직한 반응은 "좋다"가 아니었습니다. "뭐지, 이건?"이었습니다. 멜로디를 따라가려고 하면 오히려 놓치고, 가사에서 메시지를 찾으려 하면 더 헷갈렸습니다. 근데 이상하게 귀에서 지워지질 않았습니다. 그게 시작이었습니다.3년 만에 재개된 EBS 스페이스 공감 무대에 실리카겔이 올랐고, 여름에 신보 발매와 함께 대규모 공연도 예고됐습니다. 이 소식을 들으면서 저도 모르게 그 첫 느낌이 떠올랐습니다. 지금 실리카겔이 어디쯤 와 있는지, 그리고 이 밴드의 음악을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지를 제 경험과 함께 이야기해보려 합니다.스페이스 공감.. 2026. 4. 13.
검정치마의 '사랑 3부작' 중 마지막 작품 (청춘 회고, 가사들, 여운) 검정치마의 세 번째 사랑 연작 Teen Troubles는 1999년, 조휴일이 열일곱이던 여름으로 돌아간다. 앨범 첫 곡의 내레이션이 '귀가 찢어질 듯 매미가 울던 1999년의 여름 밤'으로 시작하는 순간, 저는 그 문장 하나에서 이미 무언가를 느꼈습니다. 설명이 없었는데도, 공기가 느껴졌습니다.이 앨범을 두고 "검정치마 최고의 작품"이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고, "예전만 못하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는 어느 쪽도 아닌, 좀 더 복잡한 자리에 서 있습니다. 사운드는 분명히 좋았고, 동시에 가사의 어느 지점에서는 멈칫했습니다. 그 멈칫함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한번 들여다보고 싶었습니다.사랑 3부작의 종착점, 청춘 회고검정치마는 스스로 '사랑 3부작'이라 이름 붙인 세 장의 앨범을 만들었습니다. T.. 2026. 4. 12.
이찬혁, 21세기 K-POP의 독보적인 혁신 (첫인상, 복고사운드, 희망) 솔직히 저는 이찬혁의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 좋다는 걸 몰랐습니다. 친구가 추천해줬던 그 순간, "이거 좋은 거 맞아?"라고 되물을 만큼 낯설었습니다. 멜로디도, 구조도, 가사도 제가 익숙하게 들어온 음악과는 결이 달랐으니까요. 그런데 이상하게 잊히지 않았습니다. 이해가 안 되는데 자꾸 생각나는 상태. 이번 두 번째 솔로 앨범 EROS를 들으면서 그 오래된 감각이 다시 올라왔습니다.2025년 7월에 발매된 EROS는 전작 ERROR에서 '죽음'을 파고들었던 이찬혁이 이번에는 '사랑'으로 시선을 옮긴 앨범입니다. 단, 남녀 간의 로맨틱한 감정이 아니라, 인류 전체를 향한 보편적 사랑이고, 그마저도 냉소와 비관을 통과한 사랑입니다. 그게 이 앨범을 한 번 듣고 끝내기 어렵게 만드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이찬혁.. 2026. 4. 11.
송골매, 한국 록의 ‘시간’을 품은 밴드 (세대초월, 떼창, 원형) 세대가 다른 사람들이 한 노래를 같은 타이밍에 같이 부르는 경험, 해보신 적 있으십니까? 저는 그게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대학교 축제 전까지는요. 그날 이후로 송골매라는 이름이 저한테 완전히 다른 의미로 바뀌었습니다.일반적으로 송골매는 "어른들이 좋아하는 옛날 밴드"로만 알려져 있습니다. 1979년에 결성돼 1991년에 해체한 록밴드, 거기까지가 보통 사람들이 아는 전부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그 음악을 들어보면, 그 설명이 얼마나 부족한지 금방 알게 됩니다. 이 글은 그 간격에 대한 이야기입니다.세대초월송골매를 처음 제대로 들은 건 꽤 늦었습니다. 이름은 이미 알고 있었는데, 정작 음악을 들어본 건 성인이 된 뒤였습니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어느 날 "어쩌다 마주친 그대"를 추천해줬고.. 2026. 4.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