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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콜, 이야기를 통해 현실을 기록하는 서술자 (커리어, 한계, 디스전) 켄드릭 라마, 드레이크와 함께 2010년대 힙합 빅3로 불리는 J. Cole.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둘과 비교하면 뭔가 한 단계 아래처럼 느껴지는 건 왜일까요. 저도 처음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No Role Modelz"를 들었을 때는 단순한 힙합이 아니라 이야기처럼 다가왔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의 음악이 가진 한계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분명 제이콜은 엄청난 래퍼입니다. 기술적으로 흠잡을 데 없고, 가사는 진정성으로 가득 차 있죠. 하지만 커리어 전체를 놓고 보면 켄드릭처럼 혁신적이지도, 드레이크처럼 대중적이지도 않은 애매한 지점에 서 있습니다. 좋은 앨범은 많은데 클래식이라 부를 만한 결정타가 부족하고, 안정적인 길만 걸어온 탓에 강렬한 임팩트가 약합니다.제이콜이 걸어온 커리어의 궤적제이콜은 1985.. 2026. 3. 31.
프랭크 오션, 공허함을 노래하는 예술가 (공백, 치유, 혁신) 프랭크 오션의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 멜로디가 명확하지 않아서 당황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좋은 음악은 귀에 쏙 들어오는 후렴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의 곡들은 그런 기준을 완전히 무시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계속 찾아 듣게 됐습니다.파리 여행 중 숙소에서 혼자 이어폰을 끼고 "Nights"를 들었을 때, 그날 하루가 통째로 정리되는 경험을 했습니다. 낯선 도시에서 느낀 고독이 그의 음악과 정확히 맞아떨어졌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프랭크 오션은 감정을 설명하는 게 아니라, 감정 그 자체를 소리로 만드는 아티스트라는 것을요.프랭크 오션이 만든 공백의 미학일반적으로 알앤비는 관능적인 보컬과 강렬한 비트로 클럽을 겨냥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프랭크 오션은 정반대 방향을 선택했습니다. 그의 음.. 2026. 3. 30.
장범준, 버스커버스커에서 지금이 되기까지 (길바닥, 봄, 평범함) '봄에 가장 잘 팔리는 음악'이 과연 좋은 음악일까요? 저는 이 질문 앞에서 한참을 망설였습니다. 장범준의 "벚꽃 엔딩"이 매년 봄마다 차트에 재진입하는 걸 보면서, 이게 정말 음악성 때문인지 아니면 그냥 계절 마케팅의 승리인지 고민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그의 소규모 콘서트에 가서 트럭 위에서 기타 치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이해했습니다. 이 사람의 음악은 특별하지 않아서 특별한 거였습니다. 고등학교 운동장 스피커에서, 대학교 잔디밭에서, 교토의 벚꽃길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던 그 노래들은 제 일상 속에 그냥 스며들어 있었고, 바로 그 점이 장범준 음악의 핵심이었습니다.천안 길바닥에서 시작된 장범준의 음악장범준이라는 가수를 이해하려면 그의 시작점을 봐야 합니다. 대부분의 성공한 가수들은 서.. 2026. 3. 29.
찰리 푸스, 천재적인 음악 재능을 가진 설계자 (절대음감, 재능, 탄생) 대학 시절, 음향 수업 교수님이 찰리 푸스의 곡 구조를 분석하면서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이 사람은 음악을 듣는 게 아니라 해부한다"는 표현이었는데, 그때는 무슨 뜻인지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배경을 알고 나니 그 말이 왜 나왔는지 비로소 납득이 갔습니다. 절대음감을 가진 사람이 세상을 어떻게 경험하는지, 그리고 그 능력이 때로는 축복이 아니라 고립의 이유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저는 고등학교 때 영어 듣기 연습용으로 그의 곡을 처음 들었는데, 이상하게 다른 팝송들과는 달랐습니다. 몇 번을 반복해도 지루하지 않은 구조, 복잡한 카페에서도 또렷하게 들리는 음향 설계. 그게 바로 천재의 작업 방식이었다는 걸 나중에야 깨달았습니다.4살에 입력된 모든 음계, 절대음감의 축복.. 2026. 3. 29.
KiiiKiii, 데뷔 첫 월간 차트 1위 (정상 등극, 가벼움, 젠지 감성) KiiiKiii가 '404 (New Era)'로 데뷔 후 첫 월간 차트 1위를 기록했습니다. 써클차트 2월 디지털 차트와 스트리밍 차트에서 동시 정상을 차지하며 2관왕을 달성했죠. 저는 이 소식을 접하고 나서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요즘 K-pop 팬들은 정말 무엇에 끌리는 걸까요? 완벽하게 짜인 퍼포먼스보다, 자연스럽고 가벼운 에너지를 더 원하는 건 아닐까요?저도 피곤한 저녁에 아무 생각 없이 영상을 보다가 이들의 콘텐츠를 처음 접했던 기억이 납니다. 특별히 집중하지 않았는데도 자연스럽게 웃음이 나왔고, 머릿속이 복잡했던 생각들이 잠시 멈췄습니다. 그 경험 이후로 저는 KiiiKiii의 음악을 '감상'이 아니라 '소비'하는 방식으로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그리고 그게 오히려 편했습니다.KiiiKiii의 월.. 2026. 3. 28.
Can't Take My Eyes Off You와 Frankie Valli (재해석, 영화, 목소리) 저는 처음 이 곡을 영화관에서 들었습니다. Jersey Boys를 보던 중이었는데, 스크린 속에서 흘러나오는 Frankie Valli의 목소리가 극장 전체를 감쌌을 때 묘한 전율이 느껴졌습니다. 단순히 '옛날 노래'가 아니라, 어떤 시대의 공기와 감정이 통째로 전달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이 곡을 플레이리스트에 넣어두고 밤마다 꺼내 듣곤 했는데, 이상하게도 낮보다 밤에 들을 때 더 깊게 와닿았습니다.Can't Take My Eyes Off You는 1967년 Frankie Valli가 발표한 곡으로 빌보드 차트 2위까지 올랐던 히트곡입니다. 이후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이 곡을 다시 불렀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특별한 버전을 꼽자면 저는 단연 Morten Harket의 해석을 떠올립니다. 노르웨이.. 2026. 3. 28.